남미-북중

조회 수 2128 추천 수 3 2010.09.02 23:31:11

 

     얼마 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그대도 들어 알고 있을 거요. 이번 방문은 두 가지 점이 특이하다 하오. 하나는 이번이 3개월만의 방문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김정일의 방중이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이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3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한 전례가 거의 없다 하오. 한 번도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소만 아주 특이한 경우인 것만은 분명하오. 남한의 어떤 이들은 김정은의 세습을 허락받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닌 것 같소. 그런 문제만 갖고 3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소. 김정일의 건강이 아주 위태로운 사태를 전제하면 말이 되겠지만, 이번 방중에서 보여준 그의 활동을 보면 작년보다 건강이 더 좋아진 것 같소.

     카터가 북한을 방문한 날 심야에, 또는 다음날 새벽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으로 들어갔소. 카터는 김정일을 만나지 못한 것 같소. 그 사실을 카터는 미국을 출발하기 이전에 알고 있었다 하오. 카터의 방북 목적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곰즈 씨를 데려오는 것이었소. 카터는 그 목적을 달성했소. 북한의 핵무기 사태로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카터는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소. 그 덕분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넘겼다고 하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 카터가 김정일과 만나 천안함 사태 등으로 꼬인 이 정국을 풀어갈지 모른다고 예측했소. 그런데 김정일은 카터를 만나지 않고 중국으로 들어갔소. 그리고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과 만나 핵심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논의했소. 하나는 정치적인 문제로, 6자 회담의 조속한 복원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로 북한의 개방정책이오. 세세한 내용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고, 나도 잘 모르니 설명하지 않겠소.

     위의 사건들이 무엇을 말하는 거요? 답은 하나요.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아니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로 빠져들고 있으며, 북한 스스로 그걸 인정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소. 남한과는 새로운 냉전시대로 돌입했소. 참으로 부끄럽고 난감한 상황이오.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소. 십중팔구는 북한 자체에 있는 게 분명하오. 그들은 중국만큼의 유연성도 갖추지 못한 채 점점 고립의 길을 가고 있소.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남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런 처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그런 생각을 접어가고 있소. 이미 접은 것인지 모르겠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밖에 없소. 중국에 기대서 생존의 길을 찾는 것이오.

     남한의 입장에서 이런 현상이 잘 된 거요? 북한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이겼으니 기분이 좋은 거요? 그렇지 않소.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되면 북한은 결국 중국의 한 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소. 그게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아니오. 몇 십 년을 두고, 또 더 길게 몇 백 년을 두고 천천히 예속되는 거요. 만약 북한의 내부 붕괴가 일어난다면 김정일 정권은 중국 군대를 불러올 수도 있소. 티베트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소.

     남한의 그 어떤 사람도 북한이 중국에게 완전히 예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거요. 그렇다면 북한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풀어나가야 하는 거요. 지금 이명박 정권은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으로 나가고 있소. 이란 경제 압박에 동참하라고 미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소. 남한이 미국에 가까이 갈수록 북한은 중국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소. 남미-북중(南美-北中)의 관계요. 앞에서 말한 대로 북한은 중국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오. 천안함 사태 이후 이런 관계가 더 노골화되고 있소. 지금 미국과 남한이 서해바다에서 실시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군사훈련, 그리고 북한과 중국이 보이는 반발을 보면 제3차 세계대전이 혹시 서해바다에서 시작되는 건 아닌지 불길하오. 더 늦기 전에 남한 정권이 중심을 잡고 민족의 미래를 개척해나갔으면 하오. 북한이 중국보다는 남한과의 관계를 통해서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말이오.(2010년 9월2일, 목, 태풍이 지나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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