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알맹이와 껍질

조회 수 2574 추천 수 3 2010.09.06 23:17:43

 

     그대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어렴풋하게나마 그게 눈에 들어오오? 그걸 알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오. 그걸 완전하게 아는 사람은 없소. 나도 사실은 모르오. 죽는 순간에라도 그걸 알면 다행이겠으나, 쉽지 않을 거요. 지난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위대한 종교인들이나 철학자들이 나름으로 삶에 대해서 말했지만 어느 것도 딱 부러진 대답은 아니었소. 예수님도 마찬가지셨소.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를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고 비유로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증거요. 오해는 마시오. 예수님도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는 뜻은 아니오. 삶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어떤 궁극적인 것이라는 뜻이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대에게 잘 전달되리라 믿소.

     편안하게 생각해보시오. 삶이 무엇이오? 자신의 본능이 요구하거나 사회가 강요하는 것들을 일단 표면적으로라도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긴 하오. 공부하고, 돈을 벌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인 지위를 얻는 것들 말이오. 그런 것들을 삶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삶 자체라고 말할 수는 없소. 왜냐하면 그런 것들을 성취했다고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오.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야 하오. 그런 것들을 성취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축소되는 거요. 쉬운 예를 들겠소. 고급의 먹을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삶을 확인하는 중요한 요소요. 매일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세 끼니를 해결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오. 배부르면 밥맛이 나지 않는 거요. 밥맛을 모르면 결국 삶의 축소되는 거요. 이게 우리 인간이 삶 앞에서 겪어야 할 근본적인 딜레마라오. 삶의 조건들을 풍요롭게 만들면 만들수록 삶의 내용들은 빈궁해진다는 거요. 이게 말장난처럼 들리지 않기를 바라오.

     삶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은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소. 그것에 대해서 생각은 해야겠지만 생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이 아무도 완벽한 대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오. 최선의 길은 삶에 밀착해서 사는 것이오. 삶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삶에 밀착해야 한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리오? 그렇지 않소. 알곡과 가라지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를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추수 때까지 알곡과 가라지는 함께 섞여 있소. 삶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삶의 알맹이와 껍질은 뒤섞여 있소. 껍질은 멀리하고 삶에 밀착하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오. 삶의 알맹이와 껍질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거요. 그걸 구분하는 능력이 영성이오. 우리가 삶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껍질이 무엇인지는 구분해낼 수 있소.(2010년 9월6일, 월, 비)


profile

[레벨:26]은빛그림자

2010.09.06 23:42:58

조금만 본능이 흘러가게 놓아두면 어느새 껍질에 기웃거리고 있는 저를 봅니다.

그때 심정이란, 꼭 숙제 해오겠다고 다짐했던 녀석이 말간 얼굴로 텅 빈 문제집을 내놓을 때..

그때 느낌는 감정과 대동소이하지요. 아주 앞뒤 안 가리고 콱 쥐어박고 싶은 그 마음 말입니다.

아무리 원하고 원해도 그놈의 알맹이에는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사실 정말 원하는지도 의문이고 말이죠.

어제 목사님께서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하나님께서 관심 있어 하시는 것에만 관심 두는 삶으로 어서 들어가고 싶은데..

도대체가 되지를 않습니다, 되지를 않아요.

신경질도 났다가 조급증도 생겼다가 포기하는 마음도 들다가 또 다시 힘을 냈다가..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사실의 기역자 정도를 깨달아 가는 요즘,

어제보다 오늘은 나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으로 길을 걸어봅니다.^^

 

[레벨:29]무위

2010.09.07 11:17:46

물 위를 걸어가던 베드로가 생각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거기에만 의지해서 물 위를 걷기 시작하던 베드로가

주변을 바라보던 순간 다시 물 속에 빠져 허우적 거렸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여하튼 그랬던 것 같아요.

세상이라는 물 속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인 사람도 있겠고,

아예 익사해서 시체처럼 둥둥 떠다니는 사람도 있겠고,

그래도 그 물 속에서 어떻게든 주님께로 가보겠다고 헤엄쳐 보려 아둥바둥하는 사람도 있겠죠.

대개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모두 물 속에서 어떻게든 해봐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주님은 물 위를 걸어오라 하시네요.

목사님이 말씀하신 알맹이에 집중한다면 정말 물 위를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한 발을 내딛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척간두 앞에 진일보 하지 못하고 늘 불안해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저를 보게 되네요.

키리에 엘레이송!

profile

[레벨:23]모래알

2010.09.07 23:33:49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 제목이 생각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껍질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길수 있다면..

가을이 오고 있네요.  알곡을 거둘 수 있는 때가..

감사합니다.

 

IMG_1421.jpg

첨부
profile

[레벨:13]토토

2010.09.08 14:23:37

와~~ 사진 정말 잘찍으시네요

profile

[레벨:32]도도아빠

2010.09.14 15:17:15

본질을 보며 살 수 있다면!

 

알곡의 삶을 살 수 있게 이끌어 주옵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133 ‘마루 밑 아리에티’ [3] 2010-09-21 2806
2132 돈 안 드는 삶! [3] 2010-09-20 2762
2131 주일을 기다리며 2010-09-18 2630
2130 <길은 광야의 것이다> 2010-09-17 2635
2129 죽는 순간 [3] 2010-09-16 3116
2128 천안함, 어찌할 것인가? 2010-09-15 2588
2127 삶은 공평하다 [2] 2010-09-14 3081
2126 신이 된 심리학 [6] [1] 2010-09-13 5328
2125 삶은 숨이다 [4] 2010-09-11 2851
2124 나는 걷는다 [2] 2010-09-10 2983
2123 스티븐 호킹의 신 표상 [1] 2010-09-09 3264
2122 삶은 간다 [3] 2010-09-08 2876
2121 삶에 밀착하기 [1] 2010-09-07 2138
» 삶의 알맹이와 껍질 [5] 2010-09-06 2574
2119 경쟁에서 벗어나기 [2] 2010-09-04 2772
2118 나무 잎사귀 닦아주기 [3] 2010-09-03 4097
2117 남미-북중 2010-09-02 2127
2116 주기도(43) 2010-09-01 3011
2115 주기도(42) 2010-08-31 2682
2114 주기도(41) [1] 2010-08-30 3245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