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125- 태양초

조회 수 621 추천 수 0 2022.08.24 09:04:13

125.jpg

마당 접이 탁자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태양초

늙은이가 얼굴을 들이밀자

남아메리카의 원초적 내음을

살며시 선물한다.

황홀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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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물(物) 140- 머리카락 file

  • 2022-09-14
  • 조회 수 881

지난 연휴 첫날 9월9일 집에서 머리를 깎았다. 셀프를 원했으나 아내가 굳이 자기가 깎아야 한다고 하여 못 이기는 척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다 깎은 머리카락을 모으니 95%가 흰색인 털이 수북하다. 두 손으로 감쌌다. 촉감이 좋았다. 온기마저 느껴진다. 한 줌 재처럼 보인다. 내 겉모습의 미래다.

물(物) 139- 사과 file

  • 2022-09-13
  • 조회 수 853

9월9일 연휴 첫날 갓바위로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릴 일이 있었다. 손질 잘 된 정원 한쪽에서 불디 붉은 사과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요즘 보기 힘든 홍옥인가? 이브와 아담처럼 사과를 따서 한입 깨문다면 해, 흙, 탄소, 물, 안개, 곰팡이, 벌, 나비, 구름, 비 등등이 함께 어우러져 집단 지성과 집단 노동으로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입안 가득 채워지리라. 아래와 같은 함민복의 시 <사과를 먹는다>가 기억나는 순간이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

주간일지 9월11일, 창조절 2주 file [2]

  • 2022-09-12
  • 조회 수 1419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11일, 창조절 2주 1) 거짓 선지자- 렘 28장에 나오는 하나냐 선지자와 예레미야 선지자의 공개 논쟁은 당시 고대 유다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번 설교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것처럼 하나냐는 하나님의 개입으로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심판이 기다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냐가 유다 백성에게 ‘거짓’을 믿게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 말은 곧 하나냐가 거짓 선지자라는 뜻입니다. 참된 선지자와 거짓 선지자를 당장 분별하기...

물(物) 138- 방향 표시 file

  • 2022-09-10
  • 조회 수 429

한글 영어 한자 기호 하나를 가리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고양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다.

물(物) 137- 잔디 위 버섯 file [2]

  • 2022-09-09
  • 조회 수 1125

비가 자주 온 탓인지 마당 잔디 위 여러 곳에 이름 모를 버섯이 자라기 시작했다. 저 버섯 포자를 이곳까지 실어나른 이는 분명 바람이리라. 지구에 바람이 있기에 생명 현상이 발생하니 바람을 생명의 ‘영’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물(物) 136- 호박잎과 부추꽃 file

  • 2022-09-08
  • 조회 수 563

호박잎에 부추꽃이 살짝 기댔다. 시골에 살다 보니 정말 기가 막힌 장면을 매일 수 없이 본다. 물론 도시에서도 도시 나름의 색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묘한 장면이 펼쳐지겠지만. 이번에 늙은 호박을 거두면서 호박의 압도적인 생명력에 새삼 놀랐다. 그 힘의 원천은 태양 빛을 혼자 다 받아들일 자태로 꼿꼿이 서 있는 잎이다.

물(物) 135- 솔잎과 빗방울 file

  • 2022-09-07
  • 조회 수 1273

솔잎에 수십 개의 빗방울이 달렸다. 숨 막히는 풍경이다. 비슷한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겠으나 간격과 배열과 크기와 색깔에서 완전히 일치하는 풍경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단 한 번’ 그걸 볼 수 있다니, 그 순간에 나는 ‘땡’ 잡은 거 아닌가.

물(物) 134- 냄비 계란 우동 file [2]

  • 2022-09-06
  • 조회 수 1167

9월4일 서울 가는 길 동대구역 구내 분식집에 들어가서 7천5백원 내고 ‘냄비 계란 우동’을 시켰다. 지난달에는 6천5백원 내고 가락 우동을 시켰었지. 하나는 뿔 그릇에 담긴 거고 이번에는 냄비에 담겼다. 내용물이 대체로 비슷한데 이번에는 어묵과 계란이 첨가되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휘젓자 밑에 숨었던 반숙 계란이 나왔다. 계란을 터뜨리자 국물에 노란색이 짙어지고 농도가 걸쭉해졌다. 바다 맛과 육지 맛이, 채소 맛과 동물 맛이 조합을 이루니 그야말로 감칠맛이다. 지금도 침샘이 자극...

주간일지, 대구샘터교회, 2022.9.4. 창조절1주 file

  • 2022-09-05
  • 조회 수 90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9월4일, 창조절 1주 1) 무 마데테스- 이번 설교의 키워드는 ‘내 제자’입니다. 예수께서 “... 하지 않으면 ‘μου μαθητής’(무 마데테스)가 될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싯다르타에게도 제자가 많았으나 그는 ‘내 제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렇게 발언한 적이 있을지 몰라도 싯다르타의 기본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내 제자’ 개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불교 신자들은 싯다르타를 따르는 게 중요하지 않고 각자의 불성을 찾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설교에서 짚었듯이 ...

물(物) 133- 늙은 호박 file

  • 2022-09-03
  • 조회 수 482

지난봄 텃밭에 심은 늙은 호박 모종이 저런 호박을 맺었다. 지름이 30cm 조금 넘고 무게는 몸 계량 방법으로 5~6kg은 되지 싶다. 저 늙은 호박 덩굴의 뻗어가는 힘은 어떤 외계 생물체를 보는 듯하다. 거칠 게 없는 기세가 보는 사람을 두렵게 할 정도다. 뻗은 덩굴 줄기를 실측하지는 않았으나 다 합하면 눈짐작으로 최소한 50m 길이는 족히 된다. 직접 만져본 분들만 알겠지만, 표면이 얼마나 딱딱한지 힘이 약한 사람은 칼을 써도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아직은 살아있다.

물(物) 132- 나팔꽃 file [4]

  • 2022-09-02
  • 조회 수 1448

흔하디흔한 나팔꽃이 전혀 돌보지 않았는데도, 아니 나에게 잡초 대우를 받았는데도, 용케 살아남아서 꽃을 피웠다. 생존을 향한 열정이 치열하다 못해 거룩하다. 수술과 암술이 자리한 중앙 부분에 아침 햇살이 닿자 아주 작은 용광로처럼 변했다. UFO의 출현이라 해도 믿겠다. 일주일 전 어떤 한순간!

물(物) 131- 방울토마토 file [2]

  • 2022-09-01
  • 조회 수 726

교우에게서 얻은 방울토마토를 옅은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놓고 매일 아침 몇 개씩 가족들이 나눠 먹는다. 저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도 탄력이 넘치지 않는가. 어금니로 깨물면 방울토마토 특유의 식감을, 그리고 더 집중하면 향까지 입안 가득히 느낄 수 있다. 그런 감각이 충만해질 때마다 지구가 에덴동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여기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데에 더 필요한 게 무엇이랴.

물(物) 130- 부추꽃 file

  • 2022-08-31
  • 조회 수 1011

우리 집 텃밭 식구 부추꽃이다. 부추는 일정한 때가 되면 기가 막히게도 꽃대를 올린다. 홀로 꼿꼿하다. 하늘과 가까운 꽃대 끝자락에서 봉오리가 맺히고, 조금 더 시간이 가면 봉오리가 열리면서 앙증스러운 꽃을 피운다. 과학 기술자들이 실험실에서 용을 써도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통쾌하다. 어디 이뿐이랴.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주 사소해 보여도, 심지어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일도 마음 가라앉히고 깊이 들여다보면 가슴이 시려올 지경으로 신비롭다. 비 내리는 오늘 하루도 가...

물(物) 129- 전기 콘센트 file

  • 2022-08-30
  • 조회 수 777

200년 전에 죽었던 사람이 지금 여기 와서 저 전기 콘센트를 보았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200년 후에 다시 살아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200년이 아니라 5만 년 후라면? 그 모든 것의 궁극적인 미래는? 크든 작든, 많든 적든, 귀하든 천하든 모든 만물은 헤아릴 길 없는 아득한 깊이와 연결된다. 우리 자신도!

주간일지 8월28일 성령강림후 12주 file [6]

  • 2022-08-29
  • 조회 수 1542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28일, 성령강림 후 12주 1) 마카리오스- 요즘 설교에서 헬라어 “μακάριος”가 종종 나옵니다. 이 마카리오스라는 단어는 영어 blessed, happy에 해당합니다. 눅 14:14절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καὶ μακάριος ἔσῃ … ”(and you will be blessed) 초대한 가난한 사람들이 ‘갚을 것이 없으므로’ 당신에게 복이 있다는 겁니다. 아래에 ‘맹인 거지’라는 제목의 주보 표지 그림을 올리겠습니다. 우리의 세상살이 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참된 현실(true real...

물(物) 128- 목화 file

  • 2022-08-27
  • 조회 수 567

위 사진은 문익점의 ‘목화씨’로 유명한 그 목화꽃이다. 교우에게서 얻은 모종이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더니 저렇게 담백하면서도 눈부신 꽃을 피워냈다. 부분적으로 벌레 먹은 흔적이 있으나, 아니 그런 흔적으로 인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난다.

물(物) 127- 무명초 file [2]

  • 2022-08-26
  • 조회 수 657

150,000,000km를 달려온 태양 빛과 이름 모를 꽃잎이 원당 언덕에서 만났다. 그것 자체가 마술이고, 기적이고, 창조 능력의 충만이고, 그리고 궁극적인 사랑이다. 저들이 무슨 말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 귀를 바짝 들이댔지만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 당연하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원래 별로 없었으니까.

물(物) 126- 모세 file

  • 2022-08-25
  • 조회 수 1173

「다락방」 2022년 9, 10월 호 표지 그림이다. 여호와를 경험한 자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눈부셔할 만하다. 모세는 시내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결심한 것일까?

물(物) 125- 태양초 file

  • 2022-08-24
  • 조회 수 621

마당 접이 탁자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태양초 늙은이가 얼굴을 들이밀자 남아메리카의 원초적 내음을 살며시 선물한다. 황홀한 느낌!

물(物) 124- 암석 file

  • 2022-08-23
  • 조회 수 1260

울산 대왕암(부분)이다. 일반적인 바닷가 암석은 거무칙칙한데 이 대왕암은 옅은 황토 색깔이다. 구성 성분에 구리가 많다는 뜻인지. 지구에 흙이 있고, 물이 있고, 암석이 있다는 게 신비롭다. 아니, 무언가가 없지 않고 ‘있다’라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랍다. 지구, 왜 이리 재미있는 행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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