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9일 간음(3)

조회 수 2141 추천 수 5 2008.11.08 23:02:28
||0||02008년 11월9일 간음(3)

또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데로 시집가면 간음을 행함이니라. (막 10:12)

막 10:11절에서 간음의 주체는 남자인데 반해서 12절에서는 여자입니다. 아내를 버리고 다른 데 장가가는 일은 이해가 가지만 남편을 버리고 다른 데로 시집가는 일은 이해하기가 곤란합니다. 고대사회에서 여자가 남자를 주도적으로 버린다는 건 그 개연성이 별로 없어 보이니까요. 마가복음 기자가 11절만으로도 자신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할 수 있었는데 굳이 12절을 보충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대답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그 문제는 별로 핵심적인 것도 아니니까 그냥 묻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간접적으로나마 이렇게 대답하는 게 어떨는지요. 상대를 버리고 다른 데 마음을 쏟는 일은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똑같은 정도의 강도로 작용한다고 말입니다.

마태복음 19:1-12절은 막 10:1-12절의 병행구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태복음 기자는 이혼에 관한 예수님의 대답을 마가복음과는 약간 다르게 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이유 외에 아내를 버리고 다른 데 장가드는 자는 간음함이니라.”(마 19:9) 마가복음은 음행한 이유라는 단서를 달지 않았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의 경우에도 이혼이 가능했다는 말이 됩니다. 음행이 일어나는 경우에 말입니다. 그 음행은 위 구절이 말하는 다른 데 시집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산상수훈은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것”을 이미 마음으로 간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윤리와 신앙의 충돌이 다시 일어납니다. 윤리는 마음의 간음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신앙은 오히려 그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은 이 두 세계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긴장을 감당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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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시와그림

2008.11.09 01:16:26

인간의 생리 욕구 중
성욕만이 유일하게 윤리적인 제약을 넘어
종교적 제약에 까지 이릅니다
성욕의 생명 파괴적인 힘은
그것이 관계지향적이라는데 있겠지요
식욕이나 수면욕 등은
개인의 단절된 욕구라서 먹고 자면 해결되지만
관계지향적이고, 더구나 '팜므파탈'처럼
치명적 유혹의 성욕이기에
종교적 경지의 '큰 칼'을 하나 더 덧씌워야 했던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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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8.11.09 09:25:46

마지막 패러그래프에서...
산상수훈 저자는 마음의 지향성이 갖는 영향력,
우리 인간이 안과 겉이 따로 노는 존재가 아닌
영육일체란 것을 인지하고
간음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하려고 한 듯합니다.

마음이 생명 지향성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지향치 않으면
어느새 개인의 욕구 확장의 온실이 되어
생명파괴의 한 부분인 간음으로 나가게 됩니다.
어제의 묵상과 연계하여 볼때
본능인 성욕이 생육과 번성의 도구가 아닌
죽이고 파괴하는 도구로 변모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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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1.09 18:55:06

와, 시그림 님의 대글 중에서
내가 모르는 최초의 단어가 나왔군요.
팜므파탈,
설명해주세요.
지난 1월부터 민영진 박사님이 기독교사상에
"성서에 나타난 에로티시즘"을 연재하고 있네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서의 에로티시즘을
하나님과 유대백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메타포로 읽고 있는데,
민 박사님은 어떻게 보는지 자세히 읽으면 재미 있을 것 같네요.
인도 및 여러 문명에서 시작하는 종교의 극치는
성과 연결이 되던데요.
성서의 신관과는 크게 다르겠지요.
민 박사님은 성서에도 부분적으로 그런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더 자세하게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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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11.09 19:00:00

아, 그렇군요.
산상수훈의 그 가르침이
바로 영육일체에 근거한 것이군요.
좋은 관점인 것 같습니다.
잘 배웠습니다.
성욕이 생육과 번성의 '도구'라는 말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성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도구로 전락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특히 생육과 번성의 기회 이외의 성은 잘못이라는 말로도 들릴 것 같아서요.
아마 생육과 번성을 포괄적인 생명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신 거겠지요.
행복한 주일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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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시와그림

2008.11.10 00:39:01

'팜므 파탈'...흔한 표현인데...ㅋ
'femme fatale' 불어인데요
'femme'는 여성, 'fatale'은 숙명적,치명적이란 뜻으로
주로 종교나 신화에 등장하는 악녀,요부 등을 지칭합니다
물론 상대는 남성이지요
운명과 같은 피할 수 없는 고혹적 성적매력으로
남성을 치명적 파괴의 굴레로 몰고 가는 요부를 말합니다
제가 민박사님의 글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대표적인 성경의 요부는
아담으로 하여금 선악과를 따먹게한 '하와,'
헤롯으로 하여금 요한의 머리를 자르게한 '살로메' 등이 있죠
팜므 파탈의 진수를 눈으로 보고 싶으시면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다나에>와 <유딧>을 한번 찾아 보세요
오금저리는 유혹을 느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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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08.11.10 10:02:14

목사님의 지적 감사합니다.
생명지향적인 삶을 살고자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젖어들어있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무의식중에 드러나는가 봅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이중인격,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개념을 쓰지만
그것이 영육으로 이루어진 한 인격에
그럴 듯한 탈을 입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사람과 겉사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한 인격이라는 엄정한 현실앞에
스쳐가는 생각조차 엄청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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