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1)

조회 수 1118 추천 수 0 2017.07.22 20:42:46

722,

백건우(1)

 

저는 악기와 교감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요. 그 악기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다뤄서 소리를 끄집어내야 하거든요. 소리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이것도 레빈 선생님의 가르침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밀치지 않는 것처럼 소리를 끌어들여라, 그냥 치는 것은 밀어내는 거고 소리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섯 번에 걸쳐서 백건우의 음악철학을 설명하겠다. 백건우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는 않다. 내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일가견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뭔가를 쓰겠다는 것은 이번에 중앙일보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읽고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다. 평생 피아노의 길을 구도적으로 걸어온 대가에게서 수도승과 같은 깊이와 품격과 고유한 향기를 느꼈다고 보면 된다. 그의 인터뷰 중에서 다섯 대목만 간추렸다. 전체 인터뷰를 보고 싶은 분을 위해서 링크해 놓겠다.

http://news.joins.com/article/21779486

위에 인용한 인터뷰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는 피아노를 단순한 사물로 보는 게 아니라 인격체로 본다. 억지로 소리를 끌어낼 수 없다. 이게 어떤 이에게는 낯설게 들린다.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게 피아노 아닌가. 그런데 사랑해서 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니.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도 마찬가지다. 성경은 죽어있는 문자가 아니다. 그걸 읽고 해석해야 할 사람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소리를 낸다. 똑같은 본문으로 설교자들이 어떻게 다른 설교를 하는지 비교해보라. 백건우가 피아노를 사랑해서 소리를 끄집어내는 것처럼 목사들도 성경을 사랑해서 말씀을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사랑하는가? 사랑이 무엇인가?

백건우는 밀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치는 거는 나의 뜻에 맞도록 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소리를 끌어온다는 것은 피아노로 하여금 스스로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들으면 말장난 같다. 사람이 피아노를 쳐서 소리를 내는 거지 피아노가 스스로 소리를 내냐고 말이다. 사람이 피아노를 친다고 하는 건 보통 연주자들이 하는 말이고 고수들은 피아노가 스스로 소리를 낸다는 느낌으로 연주한다. 피아노 연주의 깊이로 들어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다. 설교자에게 성경도 똑같다. 설교자가 성경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성경이 스스로 자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걸 기독교는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말한다.

피아노 연주도 그렇고 설교도 마찬가지이고, 또 실제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로 모든 것의 핵심은 사랑이다. 문제는 사랑을 오해해서 상대를 밀치는 것으로 여긴다는 데에 있다.


[레벨:15]은성맘

2017.07.23 19:58:20

매일묵상을 말그대로 매일 읽으면서 댓글달기를 주저하다가....백건우에 대한 언급을 하셔서..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글 올립니다.
그의 연주를 직접볼때마다 정말 피아노와 그가 하나된다는것.. 피아노가아닌 사람과의 교감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많은 인터뷰와 클래식을 접할수없는 곳에 가서 그들을 위로하고
세월호의 아픔도 음악으로 풀어내는모습에 참많은 감동을 받았었지요.
목사님들이 성경을 저렇게 풀어내시면 성경에 대해 피상적인것 밖에 모르는 많은 성도들이 제대로 된 복음과 말씀의뜻을 좀 더 잘 알수있을것같습니다.
뜬구름 같은 설교로 인해 듣고 나도 또다시 성경을 뒤져야 하는 현실앞에서 정목사님의 설교와 글들을 멀리서나마 이렇게 듣고 읽는것이 큰 도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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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7.23 22:07:07

아니 은성맘 님은 어디서 무얼 하는 분이기에

백건우 선생의 연주를 직접 보신다는 건지

부럽습니다.

오늘 교회에서 바르트 강독하면서 마지막에 한 이야기인데,

백건우 선생이 런던이나 파리 최고급 연주장과 관객 앞에서 연주할 때나

한국의 섬마을 노천 무대 관객 앞에서 연주할 때 똑같은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관객이 아니라 음악 자체에만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설교도 역시 성경이라는 악보를 연주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백건우 선생의 연주 행위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앞으로 4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평화로운 주일 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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