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7일, 금

절대순종(2)

도대체 절대순종이란 게 무엇인가? 이것은 보통 옛날 왕조 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신하는 왕의 명령에 토를 달 수 없다. 왕은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체니까 신하들의 절대순종을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의 뜻을 사람이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절대순종이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왜곡될 가능성도 높다. 광신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신의 이름으로 벌어진 만행은 지난 역사에서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서의 절대순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거기서만 종교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절대’라는 말은 모든 상대적인 것을 불로 사르듯이 폐기시킨다. 우리의 삶에서 벌어지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다. 돈은 물론이고 권력도 그렇고, 우리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윤리 도덕도 마찬가지다. 참고적으로 윤리는 인간 행위에 대한 가치론적 판단이다. 가치는 상대적이다. 이혼을 보자. 옛날에는 이혼을 금기로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 살인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살인이 합법화된다. 사형제도 역시 살인을 합법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절대순종은 자신의 전체 존재를 던지는 태도다. 동양 전통에서 화두를 붙든다는 말이 이와 비슷하다. 백척간두에 서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하지 않겠는가. 그 절대순종이 바로 하나님 경험이다. 그 경험에 의해서 이제 세상은 전혀 새롭게 보인다. 아브라함처럼 자식을, 사실 이삭은 아브라함이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 대상인데, 잡아 바쳐야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지고 수풀에 뿔이 걸려 있는 숫양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