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 사람

조회 수 1096 추천 수 0 2017.11.16 21:58:26

1116,

사마리아 사람

 

나병이 치료된 열 명 중에서 한 사람만 예수에게 돌아왔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원래 열 명 중에 한 사람만 사마리아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유대인과 사마리아 사람들이 섞여 있었지만 돌아온 사람이 공교롭게 사마리아 사람이었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누가복음 기자도 그걸 확인할 생각은 없고 그가 사마리아 사람이었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이다.

사마리아 사람들은 유대인들에 의해서 하대 취급을 받았다. 유대의 순수 혈통을 지켜내지 못한 사람들로 낙인찍혔다. 이건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다. 아시리아에 의해서 북이스라엘이 기원전 722년에 함락되었다. 남유다는 조공을 바치는 조건으로 왕조 멸망만은 면했는데, 기원전 587년에 바벨론에 의해서 예루살렘이 함락되었다. 북이스라엘 지역이 바로 사마리아다. 그곳 주민들은 아시리아의 동화 정책에 의해 들어와 살게 된 아시리아 사람들과 혼인을 맺었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 땅에 들어온 일본 사람들과 혼인을 맺은 조선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다. 유대 정통주의자들 눈에 사마리아는 이미 유대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예수 당시까지 만연해 있었다.

예수를 중심으로 볼 때 복음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두 종류로 대별된다. 사회적인 신분이 높지만 예수를 거부하는 이들이 한 종류이고, 사회적인 신분이 낮지만 예수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다른 한 종류다. 신분이 낮다고 해서 하나님 앞에서 무조건 옳다거나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것은 물론 아니지만 복음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암시한다. 사회적인 신분이 높아서 의지할 곳이 많은 사람은 복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복음 경험은 백척간두 경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하나님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너무 많다. 그런 대상을 소유하는 것에 자신의 운명을 거는 것을 인생이라고 여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 하나님을 이용해서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서기관과 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신앙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복음서 기자들이 사마리아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그들이야말로 가난한 영혼을 간직함으로써 복음의 풍요로움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레벨:7]mist

2017.11.16 23:52:42

가난한 영혼을 간직함으로써 얻는 복음의 풍요로움이라는 이 역설이 참~ 신비롭습니다.
이 역설이 가슴으로 느껴지고 경험되는 삶의 형태는 어떤걸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쩌면 우리모두가 두려워하고 그렇게도 가고 싶지 않은 '인생의 바닥'이라는 자리에서 아닐까 싶네요.
어떤것으로부터 밀려오고,조여오고, 내려놓아야하고, 숨막히는 환경이나 삶의 조건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누구의 개입으로 인해 주어지는 완전한 자유와 해방은 그야말로 역설입니다.
사마리아인이 가장 큰 복을 받은자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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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11.17 18:26:50

미스트 님의 표현에 나오는 '인생의 바닥'을  

우리 모두는 언젠가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참된 안식이 가능한 때이겠지요.

시퍼렇게 살아있는 지금

그 '인생의 바닥'을 미리 당겨서 살겠다는 믿음이

기독교의 세례 의식에 들어 있습니다.

목사인 나도 세례 사건을 늘 새롭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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