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시작하는 설교 준비는 대략 토요일 오후 2-3시에 끝난다.
그때부터 나는 마당에 나가서 일한다.
일한다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몸을 움직일 뿐이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남은 마사토를 마당 구석구석에 골고루 뿌리고
지난 늦가을과 겨울에 잘라놓았던 잔가지를 정리하고,
높은 창문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찌든 때를 씻어냈다.
사다리를 길게 늘려서 가장 높은 단에 올라섰는데,
다리가 후둘거렸다.
언젠가 거기서 떨어질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삽질과 걸레질, 낫질을 하고 나니
손바닥이 얼얼하다.
낫질을 조심해야지 자칫 하면 크게 다친다.
일 하다가 몇 장면이 인상 깊어서 사진을 찍었다.
지금 앵두꽃이 한창이다. 멀리서 보면 벚꽃처럼 보인다. 현관문에서 10시 방향 마당 끝에 몇몇 나무가 모여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앵두나무다. 저 친구가 저기에 자리 잡은 사연은 이미 몇번 말한 바 있다. 큰 장애를 입을 뻔한 친구가
이제는 얼마나 건강하게 변했는지 모른다. 앵두 나무 뒤로 돌아가서 집을 바라보면서 셔터를 눌렀다.
저 꽃도 곧 시들고 떨어진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해가 지기 직전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싱싱하던 목련이 시들었다. 목련 꽃닢을 손으로 만져보면 질감이 육중하다.
마치 가죽처럼 질기고 두툼하다. 나무 가지 사이로 멀리 달이 보인다. 우리집은 동향이라 일출은 매일 보고
달도 자주 본다. 지금 이 순간에는 중천에 떠 있다.
한 늙은이는 마당에서 느릿느릿 일하고, 그의 아내는 자기 방에 앉아 킬트에 열중이고,
앵두 꽃은 한창 빛을 내고, 목련은 시들고 있으며,
보름을 며칠 앞둔 달은 힘차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새들은 보금자리를 찾아들고,
산비둘기는 구구 하고 운다. 우는 건지 짝을 찾는 건지, 노래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 한 순간이 실제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환상이었는지 누가 확인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나는 죽음에 조금씩, 아니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주님이 창조하신 세계는
참 신비하고 오묘하고 아름답지요.
지금도 그 일을 계속 하시고 계신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