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2일 일곱 광주리

조회 수 2882 추천 수 18 2008.03.11 23:50:06
2008년 3월12일 일곱 광주리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 일곱 광주리를 거두었으며 (막 8:8)

오늘 저는 “일곱 광주리”라는 제목의 동화 한편을 쓰고 싶군요. 이 광주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상상해보아야겠네요. 혹시 베드로의 아내가 먼 길을 떠나는 베드로에게 먹을 거, 마실 거 바리바리 싸준 광주리는 아닐는지요. 아니면 이번 집회에 광주리 장사꾼이 참석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동화가 되려면 아예 광주리를 주인공으로 해서 쓰는 것도 괜찮겠지요. 우리 일곱 쌍둥이 광주리는 주인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못난이 삼형제처럼 좀 못생겼거든요. 그래도 처음에는 주인이 우리 안에 과일도 담아두기도 하고, 또 야채를 담아두고 했더랍니다. 그런데 주인이 장을 보러간 어느 날 주인 아들이 우리를 발로 차면서 노는 바람에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그날 우리는 하마터면 아궁이로 들어갈 뻔 했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살렸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아찔하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 일곱 광주리는 어두컴컴한 창고에 틀어박혔어요. 차곡차곡 일곱 개가 포개진 채 쥐들과만 놀면서 죽은 듯이 지냈습니다. 그런데요. 갑자기 창고 문이 열리면서 주인아주머니의 말소리가 들렸어요. “동서, 이거라도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일곱 광주리만 있으면 이번에 멀리 길을 떠나는 시아주버님의 나귀에 실을 물건을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거에요.”
우리는 나귀 등에 올라타고 한참 왔어요. 와 보니, 넓은 광야에 사람들이 참 많이 모였더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은 생전에 처음이에요. 어떤 남자분이 하늘나라가 어떻고 하면서 한참 설교를 하시더군요. 우리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졸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우리 몸에 빵과 생선 덩어리가 담기는 걸 느끼고 잠에서 깼어요. 사람들의 두런두런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참 신기한 일로군. 빵 일곱 개와 생선 두어 마리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 배불리 먹는다 말이야.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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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자유의꿈

2008.03.12 00:19:28

그렇군요, 예수님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화적 표현이 어필했다고 한다면
오늘 우리들에게는 이런 동화적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네요.
정목사님도 동화짓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시니, 이참에 웃겨님이 삽화를 그리시고
동화집 하나 내보시는 게 어떨까요?^^ 다비아책 2호로요. 울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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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08.03.12 04:17:51

마지막 대목은 황순원씨의<소나기>를 표절(?? )한 혐의가 살짝 의심스럽지만...
정용섭 작가, 아주 좋았어요. 성서를 보는 눈이 깊이 있고 세밀하고 매우 창조적이군요.^^
주일학교 때 배운 찬송으로 평을 대신 할께요.
아 재미있어라, 선생님(목사님)의 동화~ 어쩌면 어, 어쩌면~ 이렇게도 잘하실까~~ 고맙습니다~~
2절: 이 이야기 명심코 ,잊지 않았다가 ~ 이 다음에 우리도 좋은 사람 되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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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이방인

2008.03.12 08:06:21

"세 나무 이야기"라는 기독교 구전 동화가 있어요. 각각의 나무들이 예수님의 사역에 쓰임을 받는 이야기지요.
첫번째 나무는 구유로 쓰이고, 두번째 나무는 예수님이 타셨던 배로 쓰이고, 세번째 나무는 예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로 쓰였다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창조적 인용하신 느낌이 나는데요.^^

웃겨 작가님의 코멘트는 역시 웃기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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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08.03.12 06:06:28

정 목사님도 봄 타시는군요. ㅎㅎ
지난 겨울 남대문 시장 구경 갔을 때 차곡차곡 쌓여있던 광주리들이 연상되는데
어떤 광주리일까?
무엇으로 만든 광주리일까?
누가 만든 광주리일까?
왜 그 집에 구박 받으며 있었을까?
얼마 동안이나 그렇게 있었을까?
마지막 문장.. 깜짝 놀란 광주리가 그 후엔 어찌 되었을까?
질문이 끝이 없을 거 같아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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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8.03.12 23:43:08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다시 꺼내 읽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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