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0일 오병이어 (47)

조회 수 1365 추천 수 8 2007.09.09 23:31:20
2007년 9월10일  오병이어 (47)

다 배불리 먹고 (막 6:42)

말씀 묵상의 한계를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어제의 말씀을 조금 더 이어가겠습니다. 저는 어제 바울은 예수님의 공생애에 일어난 기적에 대해서 일절 침묵하고 있으며, 그런 기적을 기독교 신앙의 중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여기서 사도행전에 묘사된 바울의 선교역사를 거론할 분들이 있겠군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사도행전에 따르면 초기 기독교의 역사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흔하게 일어났습니다. 심지어 바울도 그런 초자연적 사건에 개입되었습니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사도행전은 바울에 관한 복음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저자가 바울의 활동에 대해서 기록한 문서이며, 복음서는 각각의 저자들이 예수님의 활동에 대해서 기록한 문서입니다. 바울에게는 그가 직접 집필한 편지가 있어서 사도행전의 이야기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예수님에게는 그런 글이 없어서 복음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바울의 경우를 봅시다. 바울의 편지에 나타난 바울 상(像)과 사도행전에 나타난 바울 상 사이에는 적지 않는 차이가 있다는 게 신약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여기서 자세하게 언급할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의 주제와 연관해서 본다면 사도행전에는 바울이 초능력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의 서신에는 없습니다. (바울의 편지에서 그런 구절을 찾으신 분은 저에게 알려주세요.) 왜 이렇게 다를까요?
바울에 관한 사도행전의 보도는 사실을 다룬 게 아닙니다. 사도행전의 저자인 누가는 바울이 죽은 지 최소한 한 세대 후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이미 예루살렘의 히브리파 기독교가 쇠퇴하고 바울의 헬라파 기독교가 주류로 등장할 때였습니다. 그는 여러 구전과 자료를 앞에 두고 바울의 역사를 복원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 당시에 얼마나 정확한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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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자유의꿈

2007.09.10 01:04:32

사도행전에 나타난 구체적인 초자연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바울도 그것이 복음의 핵심이나 본질이 아니므로 구태여 자세히 기록할 이유는 없었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바울서신에서 다음과 같은 관련된 표현들을 몇구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롬 15:17~18)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일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이 있거니와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케 하기 위하여 나로 말미암아 말과 일이며 표적과 기사의 능력이며 성령의 능력으로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하노라

(고후 12:12) 사도의 표 된 것은 내가 너희 가운데서 모든 참음과 표적과 기사와 능력을 행한 것이라

(살전 1:5) 이는 우리 복음이 말로만 너희에게 이른 것이 아니라 오직 능력과 성령과 큰 확신으로 된 것이니 우리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를 위하여 어떠한 사람이 된 것은 너희 아는 바와 같으니라

(고전 12:9~10) 다른이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 어떤이에게는 한 성령으로 병 고치는 은사를,
어떤이에게는 능력 행함을, 어떤이에게는 예언함을, 어떤이에게는 영들 분별함을, 다른이에게는 각종 방언 말함을, 어떤이에게는 방언들 통역함을 주시나니

그래서 바울에 관한 사도행전의 보도가 사실을 다룬게 아니라고만 단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하나님의 간섭하심으로 이루어진 현상(초자연적으로 보이는)으로 수용할 수는 없을까요? 물론 그것이 복음의 본질이나 핵심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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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7.09.10 10:03:19

자유의 꿈 님,
저보다 성경에 대해서 훨씬 많이 아시는군요.
저는 위의 꼭지글을 쓰면서 자유 님이 열거한 성구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잘 알고 있었던 성구지만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겁니다.
아무래도 제 위 꼭지글을 조금 수정해야겠군요.
바울 서신에 초자연적인 능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표현을
'많지 않다.'거나 '별로 없다.'로 해야겠군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지적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건 그렇구요,
위의 성구만으로 바울의 초자연적 능력이나 그런 현상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모든 성경 구절은 '해석'되어야 합니다.
바울의 편지들은 늘 상황을 전제합니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그 본문이 바르게 해석될 수 있어요.
크게 본다면 바울은 세 부류로부터 신학적인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는 세 부류와 싸웠습니다.
1. 율법주의자
2. 율법폐기론자(니골라당)
3. 열광주의자
가장 밑바닥에는 바울의 사도권을 부정하는 세력이 자리합니다.
바울은 그 당시에 거의 왕따 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도권을 변호하기 위해서 무지하게 노력한 사람입니다.
사도권을 변호하기 위해서 유대인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한
"표적과 기사"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그런 방식이 아니면 자신의 이방인 선교가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열거된 성구들은 주로 열광주의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고린도 교회에도 열광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위의 성구들은 기적과 표적, 초자연적 현상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록된 것이지요.
그렇다면 위의 구절은 그것 자체를 강조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의 상대성, 또는 편향성을 지적한다고 보아야겠지요.
제 설명이 조금 복잡하지요?
2천년 전 문서를 해석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답니다.
신학은 바로 그런 노력이지요.
아직도 우리는 2천년 전 그 당시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실증적으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도 여전히 신학은 살아있는 거지요.
아마 종말까지 이런 과정은 계속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유 님의 입장이나 저의 입장이 큰 틀에서는 비슷하군요.
초자연적 사건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에서요.
다만 초자연적 사건을 사실로 보는가 아닌가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자유 님은 사실(fact)에 방점을 찍고,
저는 사건(event)에 찍습니다.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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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바우로

2007.09.10 15:25:43

바울의 편지에 나타난 바울 상(像)과 사도행전에 나타난 바울 상 사이에는 적지 않는 차이가 있다는 게 신약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제가 요즘 신약성서학자이자 성공회 사제인 박태식(요한)신부님이 바울로 신학을 쉽게 설명한 신학서적을 읽고 있는데, 박신부님도 사도행전의 바울로보다는 바울로 서신의 바울로가 더 믿을수 있다고 하셨죠. 본인이 자신을 소개한 게 더 신빙성이 있다고요..

[레벨:5]spark

2007.09.10 23:36:27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늘 감사를 드립니다.
한 가지 우문이 있습니다. 사실과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는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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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7.09.10 23:51:40

스파크 님,
'사실'은 뉴스와 같은 사실 보도를 뜻하고,
'사건'은 사설처럼 편집자의 해석이 깃든 보도입니다.
성서의 보도는 사실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건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저자의 신학적 의도가 깊숙이 개입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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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2]자유의꿈

2007.09.11 02:46:41

제가 목사님보다 성경을 많이 안다니요? 어휴 그런 말씀 마세요~
저도 그 구절을 생각해 낸게 아니고 그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찾아본 것 뿐이랍니다^^;

목사님의 자세한 설명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사도바울이 표적과 기사를 언급한 것이 꼭 중요하기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겠군요.

제가 fact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구요, 다비아에서 배우면서 event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다만, event에 주안점을 두어 해석한다 하더라도 그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겠기에
fact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좀 바빠서 댓글이 늦었네요~)

[레벨:0]도루박

2007.09.11 10:16:00

성서 속의 어떤 사실이 있었느냐하는 점은 그때 당시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하고 관심있는 문제입니다. 어떤 사실이 있고나서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이 가능한데요, 최소한 인정해야 할 사실들이 어떤것인가? 성서기자가 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은 우리 기독교신자들이 충분히 어떤 공감대를 가지고 받아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그 핵심되는 사실을 '해석'으로 보느냐 '사실'로 보느냐에 따라 신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얼머스트 크리스챤이냐가 갈려진다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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