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6일, 토
예수가 온다(4)
앞에서의 설명이 추상적이라서 실제 신앙생활에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특히 기독교 교리에 관한 글쓰기의 어려움이다. 일상적인 것에 몰입해서 살아가는 독자들의 영혼에 공명되는 글을 쓰려면 일상적인 것을 소재로 해야 하는데 신학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자칫하면 신학이, 또는 신앙이 신변잡기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쨌든지 마지막 글은 간략하게나마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쓰겠다.
예수가 온다는 말은 예수가 이미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생명 완성이 지금 여기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게 아니라 비밀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생명을 얻는다면 이미 종말의 생명 완성에 참여한 것이다. 우리는 예수를 통해서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을 얻는다. 이것은 우리가 여기서 경험할 수 있는 생명 완성의 핵심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자신의 영혼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다른 것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기독교인 실존을 살전 5:23a절은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라고 표현했다. 옳은 말이다. 거룩하게 한다는 말은 구별한다는 뜻이다. 기독교인은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었기에 세상으로부터 구별된 것이다. 세상과는 전혀 다른 영적 코드로 산다. 이런 준비가 된 사람의 삶에는 이미 예수가 왔다고, 그리고 궁극적인 순간에 온다고 말해도 된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예수를 만난 사람으로서 기쁨을 누리고, 앞으로 궁극적인 순간에 만나게 될 것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살아가야 한다. 대림절 셋째 주일이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