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2일 선(禪)문답

조회 수 1476 추천 수 11 2008.02.12 15:04:17
2008년 2월12일 선(禪)문답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막 7:28)

자녀가 먹어야할 떡을 개에게 던지는 건 옳지 않는 예수님의 말씀이 모독적인 게 아니라 그 당시의 관용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귀신 들린 딸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분명합니다. 거부당했을 때 대개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반응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입니다. 첫째 반응은 당장 돌아가는 것이지요. 사람을 뭘로 보느냐, 더럽고 치사해서 더 이상 구하지 않는다, 하고 휙 돌아서고 마는 겁니다. 둘째 반응은 무조건 떼를 쓰는 겁니다. 복음서의 다른 대목에도 조용히 하라는 말에 더 큰 소리를 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도 불의한 재판관 앞에서 떼를 쓰는 과부가 등장합니다. 각각 자신이 처한 형편에서 보이는 반응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이 여자는 제 삼의 방식을 취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전면으로 도전하는 방식입니다. 논리 대 논리의 대결입니다. 당신 말이 옳지만, 내 말도 옳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착상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주장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그야말로 윈-윈 작전의 한 전형입니다. 이 여자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상 아래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아무도 이 여자의 대답에 반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여자의 대답은 흡사 선문답처럼 들립니다. 선문답은 정신적으로 일정한 단계에 오른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대화기술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두서가 없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리와의 일체에서 나오는 존재론적 언어행위입니다. 거듭나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니고데모가 알아듣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선문답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닐는지요.

[레벨:3]가온

2008.02.13 15:56:10

예수는 민족주의자가 아닙니다. 어느 것을 차별의 기준으로 삼으신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느냐를 보시는 분이 우리 주님입니다. 중심을 본다 이겁니다. 그럼 거부할 명분을 어디에서 찾습니까? 여인의 반응을 보기 위한, 믿음의 시험을 저 따위로 시도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찾아야 합니까?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닌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믿음은 자신을 온전히 비웠을 때 찾아오는 그 무엇이 아닙니까? 여인이 자신을 비우자 개라는 말이 거부나 비하가 아닌 큰 가르침이었음을 알아차린 게지요. 이 본문에서는 일방적인 선언과 물음을 오직 주님이 이끄셨고 그녀는 다만 승복한 것일 뿐입니다. 선문답은 적어도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 본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문답은 다른 본문에 많이 나오지만 이 본문은 아닌듯 합니다. 이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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