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땅 (2)

조회 수 1221 추천 수 28 2007.02.25 08:23:06
2007년 2월25일 땅 (2)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막 4:28)

땅만이 생명을 맺기 때문에 땅만이 거룩합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보다 땅이 더 귀하지 않을는지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을 저는 한편으로는 동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합니다. 이 말이 현대문명에 의해서 상대화된 사람을 다시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라면 동의하지만, 모든 생명의 중심에 인간을 두어야 한다는 뜻이라면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군요. 저는 땅이 바로 생명의 존재론적 근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없어도 땅은 가능하지만, 땅이 없으면...
티베트 사람들 중에서 종교심이 강한 사람들은 고향에서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까지 오체투지로 순례하는 걸 평생의 과업으로 생각합니다. 오체투지는 삼보일배와 비슷하긴 하지만 차원이 다릅니다. 일단 삼보 없이 무조건 엎드린다는 점에서 다르고, 단순히 무릎을 꿇는 절이 아니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 천체를 땅과 밀착시킨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런 방식으로 수년에 걸쳐 그들의 성지 라싸까지 갑니다.
로마가톨릭의 일곱 성례전 중의 하나인 서품성사는 사제 서품식을 가리킵니다. 그 의식의 클라이맥스는 오체투지입니다. 사제 후보생들은 코를 땅에 박을 정도로 몸 전체를 던진 상태에서 아주 오랜 역사가 담긴 가톨릭교회의 고유한 예전문을 듣습니다. 저는 그런 장면에서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오늘 개신교회 신앙은 땅의 영성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의 영적인 의미도 중요하고, 실체로서의 땅에 대한 생각도 절실합니다. 그런 영성이 기독교 안에 분명히 있습니다. 펠라기우스의 전통을 이어받는 캘트 영성이나 수많은 신비주의 영성, 매튜 폭스의 창조영성, 그리고 전통적 조직신학의 창조론이 그런 것들입니다. 땅만이 생명을 맺습니다. 우리가 아니라.

[레벨:0]riveroad

2007.02.25 11:10:04

땅만이 생명을 맺으나, 그 과정에 슬쩍 참예만 하는 인간은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자랑스러워하지요.
"내가 선 자리"를 정확히 안다는 것,
"나와 땅과의 관계"를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주일 되시길.

-텍사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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