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작은 세계 (1)

조회 수 1418 추천 수 25 2007.03.03 08:06:08
2007년 3월3일 작은 세계 (1)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막 4:31)

겨자씨가 얼마나 작은지는 제가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시력이 별로인 사람에게는 눈에 들오지 않을 정도로 작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씨가 싹이 나서 자라면 경우에 따라서 3m 높이가 된다고 하네요. 이 비유는 작은 것에 담긴 생명의 신비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태학자들의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말은 낭만적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는 훨씬 본질적입니다. 이 명제는 큰 것에 취해 있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강력한 저항입니다. 모든 나라들이 큰 나라가 되려고 용을 쓰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여기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합니다.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은 경제지표가 약간이라도 불안하면 당장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야단법석입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로 잘 살아야 이런 거대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는지요. 모든 나라가 미국사람들처럼 잘 먹고 잘 쓰고 살려면 지구가 몇 개는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들처럼 잘 살게 된다고 해도 행복하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물불 가리지 않고 그런 방식의 삶만을 추종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삶의 실질로 들어가지 못하고 피상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종말론적 공동체로서 겨자씨의 비유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할 교회도 이런 점에서는 할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는 아무런 설득력이 없습니다. 큰 교회는 더 크려고 하고, 작은 교회는 큰 교회를 따라잡으려고 정신이 없는 형편이니까요. 교회가 예수님의 말씀과 전혀 상관없이 살면서 어떻게 구원공동체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신앙 따로, 삶 따로, 완전히 ‘따로 국밥’입니다.

profile

[레벨:5]uncle

2007.03.03 09:25:16

처음 글을 올립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따로 국밥에 밥을 말아 먹는 사람들도 있기에 한국교회에
가능성을 소망하게 됩니다.

[레벨:23]브니엘남

2007.03.03 12:32:37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이 생각나네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7.03.04 00:02:58

엉클 님,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입니다.
교회와 기독교인은 자신의 의가 아니라
주님의 의에 기대어서 살아가니까요.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어도
최소한 믿음의 틀을 놓치지 않는다면
성령이 이끌어주시겠지요.
그런 희망의 끈이 우리에게 남아있습니다.
좋은 주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44 4월3일 두려움 (8) [3] 2007-04-03 1404
1043 4월2일 두려움 (7) [1] 2007-04-02 1400
1042 4월1일 두려움 (6) [2] 2007-04-01 1269
1041 3월31일 두려움 (5) [2] 2007-03-31 1597
1040 3월30일 두려움 (4) [6] 2007-03-29 1645
1039 3월29일 두려움 (3) 2007-03-29 1408
1038 3월28일 두려움 (2) [7] 2007-03-28 1392
1037 3월27일 두려움 (1) [2] 2007-03-27 1404
1036 3월26일 잠잠하라. [1] 2007-03-26 1223
1035 3월25일 잔잔해진 바람 2007-03-25 1404
1034 3월24일 바람을 꾸짖다! 2007-03-24 1579
1033 3월23일 제자들의 호들갑 2007-03-23 1325
1032 3월22일 잠든 예수 2007-03-22 1431
1031 3월21일 광풍 2007-03-21 1356
1030 3월20일 배를 타고 [7] 2007-03-20 1591
1029 3월19일 해저물녘 (2) 2007-03-19 1298
1028 3월18일 해저물녘 (1) 2007-03-18 1392
1027 3월17일 해석 (8) [3] 2007-03-17 1389
1026 3월16일 해석 (7) [1] 2007-03-16 1165
1025 3월15일 해석 (6) [4] 2007-03-15 1548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