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3)

조회 수 1021 추천 수 0 2015.12.02 2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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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3)

 

예수 재림이 은폐의 방식으로 이미 일어났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삶과 죽음의 결속을 예로 들었다. 한 사람이 출생하면 그와 동시에 죽음을 향해서 간다. 살아있다는 것은 죽음을 전제할 때만 성립된다는 의미다. 죽음 없이 늘 살아 있다면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니다. 배고픔을 모르면 배부름을 모르는 거와 같다.

먼 미래에 과학이 인간을 영생불사의 존재로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믿지 않지만 그 개연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의학의 도움으로 늘어난 수명을 보거나, 과학의 발전 속도가 가파르게 빠르다는 것을 전제하면 그런 주장을 무조건 부정하기도 어렵다. 인간과 기계의 중간 쯤 되는 존재로 진화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수명이 무한하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삶은 질적으로 타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나는 죽음 예찬론을 펼치려는 게 아니다. 현재의 삶에 이미 죽음이 결합됨으로써 삶이 삶다워진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죽음이 인간의 죄 때문이라는 성서의 가르침은 또 다른 주제이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말자.

죽음이 미래의 사건일 뿐만 아니라 이미 현재의 삶에 결속되어 있다는 말은 우리가 매 순간 죽음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 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다. 내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인류 전체를 놓고 보면 매일, 매 순간 출생과 죽음이 동시에 일어난다. 한 인간이 50년 후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50년의 시간은 지금과 동일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설명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것으로 들릴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이 가르쳐준 삶의 형식에만 매달려 있어서 그것 너머의 궁극적인 세상의 깊이를 외면하는 이들이다. 여기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자. 아이들은 기차 안에서 노는 데 정신을 잃어서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게 지내다가 실제로 기차가 종착역에 도착한 후에 정신을 차리고 내리면 된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실제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기차 안에서의 놀이가 기차에서 내려야 할 운명 이전에만 속한다는 사실을 매 순간 붙들고 있어야만 실제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 종말의 생명 완성을 가리키는 예수 재림이 이미 우리의 현실 삶에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느끼는 기독교인이야말로 기독교인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레벨:12]staytrue

2015.12.03 13:12:41

구상 시인의 '오늘' 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목사님 말씀처럼, 

육체적 시간의 연장이 무의미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도 

핸드폰 시계의 알람을 들으며,

영원 앞에서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2.03 22:43:46

저도 구상 선생님의 시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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