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92)

조회 수 1018 추천 수 0 2018.05.09 21:18:50

(92)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에 누미노제를 경험하는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경험은 기본적으로 자기 소멸, 또는 자기 무화에 근거한다. 자기 소멸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삶을 파괴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오히려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전자의 경우든지 후자의 경우든지 자기 소멸은 일단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사람들은 이런 사태를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이걸 피하면 하나님 경험의 원초적 차원이라 할 거룩한 두려움에도 이르지 못한다.

누미노제의 단초인 소멸에 대한 나의 경험은 유별난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다 경험하고 있는 내용이다. 나는 그것을 계속 붙들고 있으려하고, 어떤 이들은 개인의 차이가 있으나 옆으로 제켜놓거나 모른 척하거나 느슨하게 붙들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 여행이다. 나는 백 년 전이나 2천 년 전, 더 거슬러서 백만 년 전이라는 시간으로 종종 돌아간다. 그 시간에도 세상은 있었지만 나는 없었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무(). 초기 기독교에서 활동하던 바울과 로마의 어느 철학자와 수학자, 그리고 장군이나 평범한 민중들이 열정적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 없다. 모든 인간적인 열정도 시간에 의해서 무화된다. 나는 백년 후나 2천년 후, 더 나아가 백만 년 후라는 시간으로 종종 돌아간다. 그 시간에도 세상은 남아있겠지만 나는 무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만 아주 짧게 존재한다. 시간을 조금만 펼쳐서 생각하면 결국 나는 없다는 말이 된다. 이 사실이 너무 당연해서 사람들은 호흡을 의식하지 않듯이 무덤덤하게 대한다.

다른 하나는 공간 여행이다. 나는 지구 구석구석과 우주 구석구석으로 종종 여행을 떠난다. 마음으로 그 공간을 누비는 것이다. 우주는 그만 두고 지구만 생각해보자. 인간이 지구 표면을 다 덮고 있다. 각각 자신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아마존 열대림의 어떤 부족도 자기들 방식으로 살고 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다. 아이슬란드의 어느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문제로 마음이 들떠 있지만 그건 단지 우리의 문제일 뿐이지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른 생명체까지로 영역을 넓히면 의 삶이라는 게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온갖 방식으로 비열하게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무와 풀은 제 역할을 잘 감당한다. 나무에서 순이 돋고, 그 순에 진딧물이 기생하고, 지구의 지진도 일어나고 화산도 폭발한다. ‘없이도 세상 역사는 진행되고, 지구는 지구 메커니즘에 순응하고, 우주는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다. 궁극적으로 진딧물과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말이 된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나는 소멸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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