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조회 수 2496 추천 수 1 2010.10.28 23:21:44

 

     혹시 그대도 <더 리더>라는 책을 보셨소? 나는 얼마 전 우연하게 영남신학대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보게 되었소. 영어 제목으로는 The Reader이오. 번역자가 이걸 발음대로 책 제목으로 삼았소. 원래 이 책은 베른하르트 슐링크라는 독일 사람이 쓴 거요. 슐링크는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요. 원제는 <Der Vorleser>요. 1995년 나온 책이오. 독일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뉴앙스에서 차이가 나오. Der는 영어 The와 거의 비슷하지만, Vorleser는 영어 Reader와는 다르오. vor라는 독일어 전치사는 leser(읽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더 분명하게 꾸며주오. 어떤 사람 ‘앞’에서 읽는 것이라고 말이오.

     이 책은 15살 남자 아이 미하엘과 36살 여자 한나가 우연하게 육체적 관계로 들어가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오. 여자는 남자 아이에게서 책을 읽을 것을 요구하오. 그리고 사랑을 나누오. 몇 달 후에 여자가 소문도 없이 떠나오. 남자 아이가 법대생이 되어 현장실습 차 나치 전범을 다루는 법정에 나갔다가 피고인으로 나와있는 한나를 발견하게 되오. 미하엘은 법정 공방을 지켜보면서 법과 인간의 존엄성의 관계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오. 한나는 자기의 문맹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서 나치 교도소의 간수로 들어가서 활동하다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오.

     저간의 형편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소.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 한나는 피수감자를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임무의 맡소. 물론 책임자는 아니오. 어느 날 교회당에 피수감자들이 들어가서 자고 있을 때 폭격으로 교회당이 불타게 되오. 밖에서 문을 잠갔기 때문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올 수 없었소. 단 두 모녀만 살고 모두 죽소.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벌어진 거요. 왜 문을 열어주지 않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한나는 도리어 판사에게 묻소.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다른 간수들은 모두 한나에게 책임을 미루오. 보고서도 한나가 작성했다고 말이오. 필적 조사를 하겠다는 재판관의 말에 한나는 자기가 그 일을 했다고 말하오. 자기의 문맹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소. 한나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소.

     미하엘은 판사를 찾아가서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말하든지, 아니면 한나를 설득해서 죄를 혼자 뒤집어쓰지 말라고 말해야하는지 아닌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결행하지 못하오. 마하엘은 책을 녹음테이프에 녹음해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한나에게 보내오. 그게 20십년 가까이 계속되오. 이제 한나는 모범수로 선정되어 출소할 수 있게 되었소. 교도소장의 권면을 받아들여 미하엘은 한나가 사회에 나와 생활할 수 있는 준비를 하오. 출소하기로 한 날 아침에 미하엘은 교도소장에게 연락을 받았소. 한나가 교도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소.

     이 두 사람에게 책읽기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요? 문맹자인 한나는 교도소에서 글을 깨치오. 그래도 미하엘의 녹음테이프를 즐겨 듣소. 문맹으로 인해서 운명이 처절해진 한나에게 글은 무슨 의미가 있을 거요? 이제 글도 깨치고 자유인이 되는 순간에 그녀는 왜 자실을 택했소? (2010년 10월28일, 목)


[레벨:12]피트

2010.10.30 10:55:22

상실? 

사랑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을거라는 그런 절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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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사띠아

2010.11.01 21:47:11

그 영화, 인도에서도 상영이 되었었습니다.

개봉하자 마자 막을 내렸지만 무척 좋은 영화였지요.


그 영화를 본 이후부터 노안이 와서 돋보기를 써야 하는 아내를 위해

그래도 비교적 눈이 좋은 제가(1살 연하) 정목사님 설교를 읽어줍니다.


책읽어 주는 남자가 아닌

설교 읽어주는 남자이지요.

아내는 그런 남편이 대견한가봅니다.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까실한 목소리가

한껏 누그러지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마 저도 눈이 침침해 지는 그날이 오면

mp3화일을 함께 들으며

이 땅에 남아있는 여생 함께할 수 있겠지요.


이런 저런 매개체가 사라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노년이 아름다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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