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안식(1)

조회 수 2518 추천 수 0 2010.02.13 23:18:31
 

영혼의 안식(1)


그대는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보내셨을 줄로 아오. 우리는 모두 즐거움을 찾고 있으니, 당연히 즐거워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 문제는 간혹, 또는 자주 즐겁지 않게 산다는 거요. 즐겁지 못한 이유는 찾아보면 거의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을 거요. 그런 거야 다 알고 있는 것이니 일일이 확인할 필요도 없소.

즐겁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일상을 심심하게 생각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오. 이게 정확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소. 나의 주관적인 판단일지도 모르오. 심심한 걸 해소하기 위해서 더 자극적인 걸 찾고 있소.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자극적인 것만은 분명하오. 그게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고, 오락일 수도 있소. 그런 것들은 우리의 감각을 긴장시키는 능력이 있소.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만났을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느끼는가 보오.

이런 감각을 우리가 부정할 수는 없소. 어쩌면 그것은 삶의 에너지일지 모르오. 자아를 실현하려는 강력한 욕망 말이오. 확실한지 모르겠으나 마르쿠제는 그런 에너지를 ‘에로스’라고 말한 것 같소. 그 에로스가 문명의 힘이기도 하오. 그런 에로스 덕분으로 과학연구에 매진하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한다는 말이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오. 일종의 욕망 충족이라 할 에로스는 우리의 삶을 다이내믹하게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것 같소.

그런데 말이오. 욕망의 충족으로 우리의 영혼이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거요. 우리는 이 딜레마에 빠져 있소. 자아의 욕망을 향해서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은 그게 실현되지 않는다는 거요. 이게 피조성의 한계라는 거겠소?

오늘은 젊은 목사인 그대에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야겠소. 목회 성공을 위하여 앞만 보고 나가고 있소. 큰 교회로 키우기 위해서 수고가 많소이다. 물론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그렇게 애를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 그 큰 수고로, 또 주님의 은혜로 교회를 크게 키웠다고 해봅시다. 이름도 나고, 경제 사정도 좋아지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일 거요. 나름으로 마음이 뿌듯할 수도 있소. 교회 성장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서 목사들 모임에 강사로 불려 다닐 거요. 책을 쓰기도 해야 할 거요. 그것으로 영혼의 안식을 얻으리라는 꿈은 애초에 꾸지도 마시구려. 자기 밖의 일이 많아질수록 영혼이 피곤할 거요. 일반적으로는 목회 성공과 영혼의 안식은 오히려 반비례한다는 걸 명심하시오. 믿기지 않는다면 그대는 영혼의 안식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거요. 오해는 마시오. 목회 실패가 무조건 영혼의 안식을 보장한다는 말은 아니오. 영혼의 안식은 그런 것과 전혀 상관없는 차원의 어떤 것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뿐이오. 그대, 생각해보오. 영혼의 안식을 누리지 못한다면 목사의 그 모든 열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2010년 2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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