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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0일, 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2)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말하는 시편 기자의 실제 형편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유대인들의 역사에서는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의심할만한 일들이 늘 벌어졌다. 그 압권은 기원전 587년에 벌어진 바벨론에 의한 예루살렘 함락이다. 크고 작은 이런 일들이 그치지 않았다. 대다수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다. 선지자들을 비롯해서 일부 사람들이 그런 믿음을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 이들을 가리켜 구약성경은 ‘남은 자’라고 말했다.
엘리야가 하나님 신앙이 완전히 훼손된 상황에서 목숨을 끊으려고 하자 하나님이 그에게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서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왕상 19:18)고 말씀하셨다. 유대 역사는 다 이런 형편이었다. 시 89편을 쓴 사람도 이런 남은 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유대의 하나님 신앙이 유지되고 새로워질 수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말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그런 영성으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영성은 감상주의도 아니고 자기 합리화도 아니다. 현실 도피도 아니고 망상도 아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뚫어보면서 하나님 신앙의 중심을 확실하게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에서만 공명될 수 있는 외침이자 호소이고 강력한 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