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6일, 화
성탄절(1)
어제 12월25일은 성탄절이었다. 12월31일은 성탄후 첫째 주일이다. 지금은 예수의 오심을 기리는 성탄절 절기다. 특별히 의미 있게 성탄절을 맞고 보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그러려니 하고 금년의 성탄절을 맞았을 것이다. 그게 이상한 게 아니다.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 문제가 실질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왜 실질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우선 예수가 태어난 2천 년 전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의 순간에 묶여서 산다. 지금 여기서 해결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 문제에 휩싸여서 바쁘게 살다보니 2천 년 전의 예수 사건은 추상으로 떨어진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속하는 종말도 역시 추상으로 떨어진다. 전체 역사는 현실 경험에서 제외되고 지금 여기서의 실존만 확대되어 있다.
지금 여기서의 실존은 물론 소중하다. 아무도 이것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문제는 그 실존이 역사의 맥락과 단전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창조와 종말이라는 거대한 역사, 그리고 2천 년 전 예수 오심이라는 역사와 아무런 관련 없이 지금 여기서 자기를 확대하는 것에만 매몰되는 게 문제다. 이런 방식의 삶에 고정되면 지금 여기서의 그 실존도 결국 허무에 떨어질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기억에서 시작된다. 과거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2천 년 전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날이 바로 성탄절이다. 이런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 구원의 긴 역사 안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깨닫게 된다. 이런 영적인 삶이 깊어지면 자신이 영원한 시간으로 침잠된다는 사실을 짜릿한 기분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