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43)

조회 수 973 추천 수 0 2018.03.01 21:19:49

(43)

내가 이해하고 있는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독교 교리를 설명하기 전에 오늘의 내 삶이 (절대적인) 구원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일단 분명히 하는 게 좋겠다. 이를 통해서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의 성격과 정체성이 밝혀질 것이며, 또한 왜 구원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밝혀질 것이다.

우선적으로 몸의 한계다. 나는 매일 자고 먹고 마시고 숨 쉬고 배설해야만 한다. 죽을 때까지 뭔가가 밖으로부터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다. 이게 내 몸의 실존이다. 밖으로부터 공급되는 것에 의존되어 있다는 말은 아직 구원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린다. 나는 아직 크게 다치거나 병을 앓지 않아서 위중한 병에 걸린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대략은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늙으면서 몸이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모든 근육이 점점 탄력을 잃고, 쉽게 넘어지고, 부닥칠 때의 충격이 크게 전달되고, 소화 능력도 떨어진다. 여러 가지로 나는 몸에 종속되어있다. 몸으로부터의 구원은 멀기만 하다.

21세기 현대문명은 몸으로부터의 구원을 인류에게 약속한다. 더 풍족하고 더 건강하고 더 아름다운 몸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속삭이다. 마치 선악과는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처럼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다고 이브의 귀에 속삭이는 뱀의 그것과 비슷하다. 온갖 건강법과 건강식품과 의술이 눈부시게 발전되고 있다. 1백 년 전 우리 조상들에 비해서 오늘 우리의 몸이 구원에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언제일지 모르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우리의 모든 육체노동을 대신 해줄 것이며, 질병도 거의 완벽하게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몸으로부터 구원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몸으로부터 소외당한다고 봐야 옳다.

어떤 이들은 천국에 가면 맛난 것들이 계속 공급되기에 배고픈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표상들이 요한계시록을 비롯해서 여러 묵시적 성경에 자주 나온다. 배고픔으로 인한 고통이 극복되는 세상에 대한 메타포로서는 의미가 있는 진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진술이다. 몸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모든 어려움이 없는 세상은 상상으로만 가능하지 실제로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포만감은 배고픔을 거쳐야만 기쁨으로 경험된다. 배고픔이 없는 사람에게는 포만감의 기쁨도 없다. 병 든 경험이 있어야만 건강의 기쁨을 안다. 역설적이지만 몸의 고통과 한계가 없이 몸의 구원은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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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2018.03.03 10:17:53

목사님!

 지금  43번 째 글 제목이 '목사공부'로 되어 있는데, 혹시 '목사 구원'을 잘못 적으신 것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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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03.03 18:47:00

앗, 고쳐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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