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201)

조회 수 900 추천 수 0 2018.10.09 20:55:14

(201)

키리에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라틴어다.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도 된다. 중세기 미사곡에 자주 나온다. 진혼곡인 레퀴엠합창곡에는 반드시 나온다. 하나님 앞에 설 때 우리의 입에서는 이 기도 외에는 나올 게 없다는 뜻이다. 나도 동의한다. 하나님의 자비만이 우리가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날 살아온 과정에서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만한 일과 책망 받을만한 일을 저울에 달아보니 책망 받을만한 쪽이 훨씬 무겁다는 게 확인된다. 내 손에 죽은 벌레들이 많다. 거처를 시골로 옮긴 다음부터 그런 일들이 더 많이 벌어졌다. 집안에 들어온 벌레를 가능하면 살짝 붙들어 밖으로 내보려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들도 다 하나님이 만드신 생명체 아닌가. 돼지와 소는 내가 직접 죽이지는 않았으나 제법 먹은 것은 분명하다. 평생 먹은 생선의 양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내가 살기 위해서, 또는 입맛을 즐기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먹는다는 것이 지구 생태 메커니즘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키리에 엘레이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책망 받을 일이 많았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한 적도 많다. 직접 만나거나 메일로 상담을 원하는 분들이 있었고, 글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목회자 운동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례를 부탁받거나 집을 방문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간혹은 돈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름만 아는 사람들도 있었고, 완전히 낯선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모른 척하면서 스쳐지나간 노숙자들은 수없이 많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들의 요구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적당한 선에서 처리했다. 인색하게 산 것이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용서받아야 할 일들 역시 산더미와 같다. 키리에 엘레이손!

가장 크게 책망받을 일은 목회자로서, 특히 설교자로서 살아가면서 발생했을지 모른다. 예수가 책망한 서기관들의 행태와 나의 행태가 다를 게 없었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너무 많은 설교를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니 설교가 얼마나 허술했을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이 명백하다. 어쩌다가 괜찮은 설교를 했다고 해도 그걸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배려하지 못한 잘못도 크다. 그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항력이긴 했다. 내 설교에 위로를 받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마음 상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주님의 자비가 아니면 내 설교는 심판받아 마땅하다. 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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