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204)

조회 수 902 추천 수 0 2018.10.12 21:21:16

(204)

프롤로그

김 목사(이후 ’): 박 목사, 이렇게 시간을 내 줘서 고맙네.

박 목사(이후 ’): 고맙기는 뭘. 그래,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생겼나?

: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니기도 한데, 말을 꺼내기도 쉽지는 않네.

: 자네와 나 사이에 꺼내기 어려운 말이 말 어디 있나. 고향 친구에다가, 신학 공부도 함께 했고, 목회자로서도 서로 동지처럼 잘 지내지 않나. 뭐든지 말해보게.

: 내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

: (약간 놀란 듯...)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자네.

: 내가 구원받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해져서 고민이 되는데, 자네는 어떤지 궁금하네.

: ...

: 자네와 나는 청소년 시절에 같은 교회에 다니면서 학생회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갔고, 목사가 되어 지금까지 구원의 확신 가운데서 목회에 전념했네. 목사는 구원받은 사람이니 교인들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도대체 구원받았다는 게 뭔지가 분명해지지 않기 시작했네. 자네는 구원의 확신이 있나?

: (머뭇거리며)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나는 죽어서 하늘나라에 갈 것으로 믿네. 그리고 지금 이미 하늘나라에서 주어질 기쁨을 실제 삶으로 누리는 중이라고 믿네. 흔들리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런 정도면 구원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 나도 자네와 똑같은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지. 다행히 목회에서도 나름 성과를 얻었네. 젊은 목사들로부터 우리는 롤 모델로 인정받고 있지 않나. 자네나 나나 목회 세미나와 설교 세미나에 강사로 종종 불림을 받기도 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영혼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네. 충만한 느낌이 없네. 어딘가가 비어 있는 느낌이지. 자네는 영혼의 만족을 누리고 있나? 아주 솔직하게 말해보게나.

: 글쎄, 이런 문제는 말로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네. 나는 영혼의 만족 같은 거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네. 열심히 목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교회가 조금씩이라도 부흥하고, 신자들의 삶이 변화되는 걸 볼 때마다 목사로 살아온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네. 이런 걸 영혼의 만족이라고 할 수는 없을까?

: 그렇게 말할 수 있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그런 목회 행위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네. 그냥 뭔가를 성취했다는 만족감, 또는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인한 우쭐한 기분에 불과하다는 걸세. 그런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런 일에 매달릴 뿐이지. 매달리게 한다는 것은 영혼이 피곤해진다는 것일세. 안 그런가?

: 자네가 지금 너무 예민해진 거 같네.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던데, 자네가 그 경우인가?

: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 자네가 이렇게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건 아닌가? 속 썩이는 장로가 있는 건 아닌가? 혹시 자네 아내와의 사이에 무슨 문제는 없나?

: 그런 것 없네. 자네에게 이런 말을 꺼내기 전에 나 스스로 많이 생각했네. 기도도 많이 드렸지. 나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네. 지금 목회를 그만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네. 아니면 현재 교회를 사임하고 시골 미자립 교회로 옮겨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

: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현재의 목회 행위가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이네. 우리는 예수의 제자로 사는 게 아니라 목회 기술자로 살고 있는 거지. 교회의 작동원리에 묶여 있는 노예일지 몰라. 본래의 내가 아니라 신자들과 한국교회가 요구하는 것만 향해서 나가고 있으니 허수아비 아닌가. 또는 벌거벗은 임금 우화에 나오는 그 장본인이지.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나에게는 예수가 안 보이고 교회와 그 업무만 보이네. 그러니 어떻게 영혼의 만족이 주어지겠나.

: 자네 생각을 알 듯 말 듯 하네. 자네를 위해서 기도할 테니 힘을 내게나.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 사람은 재물이 많은 고로 이 말씀으로 인하여 슬픔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가니라(10: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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