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9일- 놀라움 (1)

조회 수 2678 추천 수 33 2006.08.19 23:18:49
2006년 8월19일 놀라움 (1)

그가 일어나 곧 상을 가지고 모든 사람 앞에서 나가거늘 그들이 다 놀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이르되 우리가 이런 일을 도무지 보지 못하였다 하더라. (막 2:12)

일어나 네가 누웠던 침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중풍병자는 그대로 따랐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신 예수님이나 그 대상이 된 중풍병자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있던 청중들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재구성해야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복음서 기자도 역시 독자들에게 바로 그것을 요구하고 있을 겁니다.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들어와서 어떤 이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들 앞에서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지붕을 뚫고 중풍병자가 누워있는 침대를 달아 내렸습니다. 희한한 광경을 목도한 그들은 예수님이 중풍병자에게 주신 두 마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나는 죄를 용서하신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침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청중들은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사죄의 선포는 당연히 그곳에 떡 버티고 있는 서기관들에게 흠집을 잡힐만한 행위였습니다만 다행히 큰 논란 없이 지나갔습니다. 예수님과 서기관 사이의 본격적인 싸움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을지 모르겠네요.
침대를 들고 돌아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졌을 때 청중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기의 입장에 따라서 생각이 달랐을 겁니다. 중풍병자의 친구, 가족, 친지들은 그 말대로 중풍병자가 모든 걸 툭툭 털고 일어나서 자기들과 함께 돌아갔으면 하고 기대했겠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허풍으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대다수의 청중들은 ‘의심반기대반’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중풍병자는 그들 앞에서 보란 듯이 벌떡 일어나 침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도대체 그 당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계몽주의 이후의 사유방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이런 보도는 대체로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불쾌하게 들릴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합리성을 파괴하고 말테니까요.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적 합리주의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사건을 이해할 수도 있긴 합니다. 이 중풍병자는 실제로 신체적인 중풍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억압에 의해서 몸의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인지 모릅니다. 사랑하던 아내가 죽었거나 허무주의에 사로잡혔을 수도 있겠지요. 또는 오늘 본문이 암시하고 있듯이 심각한 죄책감에 사로잡혔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억압 상태가 오랜 지속된 사람의 몸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없습니다. 인간 삶을 파괴하는 악한 영을 분별하시는 예수님은 이 사람의 파괴된 무의식 세계를 바로 잡았고, 바로 그 순간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위의 해석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유일한 실체적 진실은 아닙니다. 이런 해석을 통해서 제가 말씀드리려는 핵심은 복음서가 제공하는 이런 치유 기적을 주술적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침대를 들고 집으로 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는 순간에 중풍병자의 막혔던 혈관이 풀리고 죽었던 뇌세포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한 성서해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복음서의 기적을 믿지 말라는 거냐, 하고 질문할 분들이 있겠군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기적은 복음서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의사들도 기적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성서는 그런 차원의 기적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성서의 관심은 다른 데 있습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중풍병자 사건을 보도하면서 결론적으로 청중들의 반응을 전합니다. 그들이 다 놀랐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의 ‘놀람’이 바로 중풍병자 사건의 중심 메시지입니다.

주님, 놀람에 눈뜨는 사람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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