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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표준성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개역개정 번역에 나오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라는 문장에 대한 다른 번역을 보자. 공동번역은 ‘나는 곧 나다.’라고 번역했고, 현대인 번역은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다.’로 번역했다. KJV에는 ‘ I AM THAT I AM.’이라고 되어 있으며, NIV에는 ‘I am who I am.’으로, 그리고 루터 번역에는 ‘Ich werde sein, der ich sein werde.’로 나온다. 우리말로는 현대인 번역이 괜찮고, 외국어 번역으로는 루터 번역이 마음에 든다. 루터 번역을 직역하면 ‘나는 존재하게 될 자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정도가 된다.
여러 종류의 번역문에서 알 수 있지만 이 문장에서 핵심 개념은 ‘존재’다. 출 3:14절의 저 문장의 의미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존재 근거가 내부에 있는 유일한 존재가 하나님이라는 뜻이다. 이런 하나님을 우리가 직접 경험하기는 어렵다. 논증하기도 어렵다. 경험과 논증이 불가능하다는 게 정확한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존재 근거를 외부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다. 지구 안의 생명체는 두 말할 것도 없다. 간단히 우리를 보자. 매 순간 산소를 공급받고 먹을거리를 공급받아야만 산다. 지구에 다른 동물과 식물은 없고 사람만 있다면 사람도 곧 사라지고 만다. 사람 내부에 존재 근거가, 또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도 마찬가지다. 지구 스스로 생긴 게 아니라 우주 안에 있는 어떤 에너지에 의해서 생긴 것이다. 이런 논리로 볼 때 하나님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은 빅뱅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