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92)

조회 수 887 추천 수 0 2018.09.26 21:58:36

(192)

아직은 내가 살아있다. 여전히 숨을 쉬고 먹고 배설하고 시간과 공간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마저 죽음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마저 곧 부정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우리 집 마당에 피었던 해바라기 꽃은 지금 씨만 남기고 사라졌다. 씨에는 해바라기의 화려한 모습이 없다. 지난여름 당시에 해바라기의 미래는 죽음이었다. 나는 해바라기의 운명과 똑같이 살아있는 지금도 곧 닥칠 죽음의 순간을 동시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미래는 곧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곧 과거가 된다.

나는 종종 예수 당시의 갈릴리나 예루살렘을 머릿속에 그린다. 초기 기독교가 뿌리를 내리던 로마도 상상한다. 2천 년 전 당시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살았다. 숨 쉬고, 먹고 배설하고, 가족들을 챙겼다. 어떤 이들은 시를 쓰고, 또 어떤 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또는 성지순례를 다녔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지나갔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는 이 현실도 지나간다. 우리가 고대 이스라엘과 로마를 기억으로만 회상하듯이 우리 후손들도 지금 우리를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모든 것이 지나간다. 무상하게!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아름다운 기억도 있고, 쓰디쓴 기억도 있고,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지만, 지우고 싶은 순간들도 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분명한 것은 모든 기억마저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난 시절만이 아니라 지금의 나도 지나간다. 나는 종종 다음과 같은 착각, 또는 환상에 빠진다. 지금 이 순간이 이미 과거라고 말이다. 예루살렘과 로마가 과거로 경험되듯이 지금 이 순간도 과거의 역사로 경험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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