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41)

조회 수 892 추천 수 0 2018.07.17 21:05:11

(141)

나에게 하나님이 존재 신비인 것처럼 예수도 존재 신비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 자체가 실증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비의 깊이에서만 인식되고 고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지만 실증적으로는 구원에 이르지 못했다. 일상에서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과 다를 게 별로 없다. 온갖 삶의 조건에 의해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원받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지 못한다. 개인에 따라서 차이는 있다. 자유와 평화를 비교적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비슷한 실존에서 살아간다. 신앙적으로 높은 단계에 이른 사람도, 아니 그런 사람일수록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만두고 나의 경우를 보자. 평생 전업 목사로 살면서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매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일에 마음이 뒤숭숭 흔들리는 경우가 제법 많다. 황당한 일들도 벌어진다. 얼마 전에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끝났다. 나는 테니스계의 황제로 불리는 스위스 선수 페더러를 응원했다. 전문가들도 페더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결승에 올라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라고 예측했다. 모든 예측을 깨고 그는 8강전에서 세계 랭킹 8위 선수인 남아공의 앤더슨에게 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네다섯 번 그와 다툰 시합에서 페더러가 100% 이겼기에 그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선수가 그동안 잘 나가다가 이번에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실망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더 웃기는 것은 그의 라이벌 스페인 테니스 선수인 나달이 4강에 올라가서 세르비아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와의 경기를 펼칠 때 속으로 은근히 조코비치가 이기기를 바랐다는 사실이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심리가 작동된 것이다. 현재 세계 랭킹으로 나달이 1위이고, 페더러가 2위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조코비치가 32로 이겼다. 기분이 좋아서 속으로 박수치면서 웃었다. 내가 왜 페더러 팬인지는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우아하고, 나달의 테니스는 파워풀하고,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완벽한 기계와 같다. 나의 실제 삶과 아무 상관없는 이들이 펼치는 프로 테니스 게임의 결과에 따라서 나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우스울 뿐이다. 그게 바로 현실 인간의 모습이기도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살벌한 세상살이에 묶여 있는 일반 신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관념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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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23- 목제 간판 file [2]

  • 2022-03-31
  • 조회 수 901

물(物) 023- 목제 간판 저 목제 간판은 우리 집 이 층으로 올라가는 층계 벽에 걸려있다. 2003년 말인가 언제인가 정확한 일시는 기억나지 않는데, 영남신학대학 신학생이 손수 일주일간 작업한 저 간판을 가져왔다. 당시에 나는 그 학교에 시간강사로 일주일에 두세 과목을 감당했었다. 그는 대구성서아카데미 공부 모임에도 종종 참석하던 신학생이었다. 대구성서아카데미와 샘터교회가 모임 장소로 사용하던 하양의 천호 아파트 201호에서 3년, 다음 모임 장소로 사용하던 진량의 우림아파트 104동801호에서 2년 반 동안 현관문...

누가복음 톺아읽기 254

  • 2021-10-22
  • 조회 수 901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254, 눅 12:22~34, 염려하지 말라(1) https://youtu.be/-iaRurApiyM

누가복음 톺아읽기 189

  •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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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89, 눅 8:16~18, 탈은폐 https://youtu.be/1XPBgVt3CdY

누가복음 톺아 읽기 062, 눅 2:11

  •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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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 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062, 눅 2:11 https://youtu.be/3bU_uYVoZ8w

목사 구원(201)

  • 2018-10-09
  • 조회 수 900

(201) 키리에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은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라틴어다.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도 된다. 중세기 미사곡에 자주 나온다. 진혼곡인 ‘레퀴엠’ 합창곡에는 반드시 나온다. 하나님 앞에 설 때 우리의 입에서는 이 기도 외에는 나올 게 없다는 뜻이다. 나도 동의한다. 하나님의 자비만이 우리가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난 날 살아온 과정에서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만한 일과 책망 받을만한 일을 저울에 달아보니 책망 받을만한 쪽이 훨씬 무겁다는 게 확인된다. 내 ...

누가복음 톺아 읽기 057, 눅 2:4~5

  • 2021-01-20
  • 조회 수 899

대구 성서 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057, 눅 2:4~5 https://youtu.be/d2hWK-xvflU

주간일지, 3월4일 [8]

  • 2018-03-05
  • 조회 수 899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8년 3월4일, 사순절 셋째 주일 1) 오늘 3월4일 사순절 셋째 주일은 완연한 봄 날씨였습니다. 금년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터라 이런 포근한 날씨는 우리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이니 그걸 뚫어볼 수 있는 눈만 있다면 매 순간을 새롭게 경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믿음의 동지들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으니 그 기쁨은 훨씬 더 풍요로워지는 거지요. 오늘 함께 예배드린 모든 교우들 덕분으로 행복했습니다. 2) 우리가 드리...

주간일지, 8월21일, 성령강림 후 11주 file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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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2년 8월21일, 성령강림 후 11주 1) 시내 산과 시온 산- 히 12:18~29절에서는 시내 산과 시온 산이 대비된다고 설교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히브리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를 구약에 근거하여 변증하는 성경이기에 그렇습니다. 시내 산은 실존의 어두운 깊이를 보여줍니다. 불, 나팔소리, 흑암, 구름 등등이 메타포로 사용되었습니다. 모세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시온 산은 예수를 통해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구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그 예수와 그를 통해서 발생한 사건이 히브...

목사 구원(134)

  • 2018-07-06
  • 조회 수 897

(134) ‘존재 신비’라는 말이 어떤 이들에게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것이다. 하나님 경험이 명백하지 않으니까 저런 표현으로 말장난 하는 거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기도하는 중에 예수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그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본 경험, 그게 아니라면 거의 죽을 상황에 떨어졌다가 기도 응답을 받아서 살아난 사람들의 경험 같은 이야기가 실감날 수도 있다. 최소한 목회활동에서 경험했던 극적인 사건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를 나는 채워줄 수 없다. 그런 것들이 목회 현장에서 아무리 실용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

누가복음 읽기 019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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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 아카데미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읽기』 019, 눅 1:31~33 https://youtu.be/G_fUh3hSCTQ

주간일지 8월30일

  • 2020-08-31
  • 조회 수 896

대구 샘터교회 주간일지 2020년 8월30일, 성령강림 후 13주 1) 호피소 무- 이번 설교에 가장 많이 나온 전문 용어는 “호피소 무”입니다. 호피소는 뒤(after)라는 전치사이고 무는 나(me)라는 인칭대명사입니다. 제자들을 부르실 때 “나를 따라오라.”라고 하신 말씀이나 이번 경우에처럼 “사탄이 내 뒤로 물러가라.”라고 말씀할 때나 똑같이 호피소 무를 사용하셨습니다. 베드로를 책망하신 이 말씀을 본래의 의미에 따라서 정확하게 번역하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 합니다. “사탄아, 나를 따라오라.”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처음 제자로...

주간일지, 5월6일 [2]

  • 2018-05-07
  • 조회 수 896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018년 5월6일, 부활절 여섯째 주일 1) 5-7일(토-월) 연휴가 낀 주일이었습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연속되는 관계로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부모 댁을 찾은 교우들이 제법 됩니다. 거꾸로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가 교회에 나온 가족들도 있습니다. 나간 이들이나 찾아온 이들이나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연휴도 모두 즐겁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2) 교회 주보 표지의 교회 이름 글자체가 몇 주일 전부터 바뀌었습니다. 위가 새로운 글자체(양제매화체S)고, 아래가 이전...

인자하심과 성실하심(3) [2]

  • 2017-12-21
  • 조회 수 896

12월21일, 목 인자하심과 성실하심(3) 우리말 성경에 나오는 인자하심을 루터는 Gnade(은혜)로 번역했다고 앞에서 짚었다. 공동번역은 사랑이라고 표기했다. 인자, 은혜, 사랑은 다 통하는 개념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삶과 삶의 모든 조건들을 하나님의 선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선물은 당연히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며, 우리가 기울인 노력의 보상이 아니라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정당하게 대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연봉이 다른 사람들에 ...

물(物) 152- 온갖 것 file [8]

  • 2022-09-30
  • 조회 수 895

우리 집 마당 꽃밭 일부다. 온갖 것이 모여있는 우주다 이름 있는 화초도 있고 이름 없는 잡초도 있다. 눈에 보이는 벌레도 있고 보이지 않는 생명체도 우글댄다. 온갖 것들이 한데 어울려 잘 지낸다. 키 큰 친구는 큰 대로 작은 친구는 작은 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들은 고정된 채로 아무 불평 없이 잘 지낸다. (그들의 불평을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 모르지만) 모두 뿌리를 땅에 내리거나 땅에 기댈 줄 알기만 하면 된다.

목사 구원(117)

  • 2018-06-13
  • 조회 수 895

(117) 요한은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라는 이상한 생물들의 찬양을 들었다. ‘거룩하다’가 세 번 언급되듯이 하나님의 존재 시제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언급되었다. 요한계시록에는 알파와 오메가라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이런 표현으로 하나님과 이 세상 모든 것과의 관계는 완료된다. 하나님을 부정하는 그 어떤 목소리라도 요한이 들은 이 찬양 소리에 묻힐 뿐이다. 인공지능이 신적인 능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일은 없다. 인공지능이 일반화되는 미래에도 하나님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

누가복음 톺아읽기 170

  • 2021-06-26
  • 조회 수 894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70, 눅 7:1~10 https://youtu.be/86Zqgy76dJg

목사 구원(171)

  • 2018-08-28
  • 조회 수 894

(171)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말은 칼 바르트 식으로 말해 ‘하나님은 하나님이다.’(Gott ist Gott.)라는 명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놀라워하는 것, 피조물의 한계를 직시하는 것,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 인간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 하나님이 누군지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는 것, 창조와 종말의 아득한 깊이 앞에서 거룩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것 등등이 다 여기에 포함된다. 예배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경험되고 고백될 ...

목사 구원(67)

  • 2018-04-04
  • 조회 수 894

(67) 목사가 목회 업적에 치우치는 것이 죄인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서 영혼의 자유가 손상당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기독교 신앙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중심 메시지는 자유다. 구약성경을 구성하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도 그 중심에 자유가 놓여 있다. 하나는 출애굽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바벨론 포로 귀환 사건이다. 출애굽은 이집트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며, 바벨론 귀환 사건은 바벨론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죄와 ...

누가복음 톺아 읽기 121

  • 2021-04-20
  • 조회 수 893

대구 성서아카데미(dabia.net) 정용섭 목사 매일묵상 『누가복음 톺아 읽기』 121, 눅 4:31 https://youtu.be/9SDoa8lj0PA

예수 어록(271) 요 12:47 내가 그를 심판하지 아니하노라

  • 2020-03-04
  • 조회 수 893

예수 어록(271) 요 12:47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지키지 아니할지라도 내가 그를 심판하지 아니하노라 내가 온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함이 아니요 세상을 구원하려 함이로라.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지키지 않으면 … ”이라는 문장만 본다면 “내가 그를 심판하리라.”라는 말씀이 이어지리라 예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심판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예수가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게 아니라 구원하려고 왔기 때문이다. 48절에 심판은 하나님의 몫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내가 그를 심판하지 않겠다.”라는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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