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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당신이 말하는 안식이 뭐냐, 너무 추상적이지 않느냐,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안식은 종말론적이기 때문이다. 종말론적이라는 말은 실낙원 이후에 시작된 땅의 조건이 끝날 때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독교 신앙이 기본적으로 종말론적이기에 종말론적 안식이라는 말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기다리는 종말론적인 안식이 단지 미래에 고정된 실체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에 비밀한 방식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안식을 파괴하거나 위축시키는 이 시대정신에 저항한다. 말로만 저항할 수는 없다. 그에게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일류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옷만 구입하는 어느 돈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수십 벌에 달하는 옷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도 계속 사들인다. 옷장에 진열된 옷을 보면서 흐뭇해하거나 모임에 옷을 입고 나가 주목받는 걸 즐긴다. 반면에 3만원어치 천을 사서 자기가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은 옷을 진열해놓고 흐뭇해하거나 사람들의 주목받는 것에 관심이 없고 옷을 만드는 것 자체에 만족해한다. 천의 질감과 무늬와 모양을 황홀하게 받아들인다. 두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삶의 안식에 가까이 간 사람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예수는 솔로몬의 영광이 백합화의 영광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이들은 예수의 이런 경구를 종교적 낭만 정도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예수는 세상과 삶의 실체를 뚫어본 것이다. 목회 현장에서 솔로몬의 영광을 취하는 목사도 있고 백합화의 영광에 마음을 두는 목사도 있다. 솔로몬의 부귀와 영화를 이미 이룬 목사들도 한국에서는 제법 많다. 교단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몽땅 한국에 있다. 세계 장로교회 중에서 통합 측의 ‘명성교회’와 합동의 ‘사랑의교회’를 따라올 교회는 없다. 세계 감리교회 중에서 한국의 ‘금란교회’가 가장 크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교단을 초월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교회를 막강한 세력으로 키웠다는 사실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으나 문제는 그런 성장의 열매가 형편없이 초라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의 눈에는 성공 모델로 보이겠으나 나의 눈에는 실패한 모델로 보인다. 기업 논리로 작동되는 교회에서는 영혼의 안식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백합화의 영광을 아는 목사들은 저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