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77)- 감나무

조회 수 3319 추천 수 0 2020.09.29 19:06:32

시골집 마당에 가장 흔한 과일나무는 감나무입니다. 청도는 씨 없는 감으로 유명합니다. 청도의 감나무를 다른 지역에 옮겨 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합니다. 믿기 어렵기는 합니다만, 청도의 풍토가 그런 감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마을에도 감나무가 흔합니다. 집 마당에 있고, 마을 광장에도 있고, 길가에도 있습니다. 어떤 해에는 나뭇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감이 많이 달리는데, 올해는 시원치 않습니다. 냉해 때문인지 모르겠군요.

저도 7년 전에 이사 오자마자 곧 감나무를 심었는데, 죽었습니다. 잘 크던 나무를 다른 쪽으로 옮겨 심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3년 전에 다시 감나무 묘목을 두 그루 심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죽지 않고 잘 큽니다. 올봄에 한 나무에 잎이 나오다가 갑자기 시들면서 다 떨어졌습니다. 죽은 줄 알았습니다. 나무를 캐내고 다른 묘목을 심을까 해서 가지를 손으로 잘라보니 완전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기다렸습니다. 다시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아마 새잎이 냉해로 죽었든지 아니면 과습으로 어려움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두 그루는 텃밭 주변에서 자랍니다. 아래는 봄에 잎을 다 떨구었다가 다시 살아난 나무의 오늘 모습입니다. 제 키 정도입니다.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자랍니다. 그 뒤로는 음식물 쓰레기장밖에 없습니다. 섭섭할만도 한데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IMG_3143.JPG

1년 전에 감나무 묘목 한 개를 집으로 올라오는 언덕에 심었습니다. 폐가와 우리 집 사이의 흙담 옆입니다. 거기에는 대나무 뿌리가 지배하고 있어서 감나무 묘목이 버텨내기 힘듭니다. 그래도 감나무 뿌리가 깊이 내리기만 하면 대나무 뿌리에 방해받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심은 겁니다. 대나무 뿌리는 옆으로 진행하고, 감나무는 옆만이 아니라 밑으로도 파고듭니다. 다행히 1년 반 동안 살아있기는 하지만 비실비실합니다. 키도 자라지 못했습니다. 손자 키우듯이 5년은 키워야겠지요그게 자라서 잎을 피우고 감을 맺으면 올라오는 언덕이 환하게 빛날 겁니다. 지금 우리 집 마당에 감나무가 총 세 그루 자라고 있는 셈입니다.

가장 어린 감나무 잎이 일찌감치 낙엽으로 변했습니다. 아직 단풍이 들 때는 아닙니다. 다른 두 나무의 잎은 여전히 푸릅니다. 건강하지 못한 녀석이라서 빨리 겨울잠으로 들어서려는가 봅니다. 몇 장 주워왔습니다. 벌레 먹은 흔적이 여럿입니다. 멋집니다. 바스러질 때까지 책갈피로 사용해야겠습니다.IMG_314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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