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 016- 안경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22.03.22 10:20:24

() 016-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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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눈이 좋은 쪽에 속해서 편하게 지내다가 오십 대 초반부터 안경을 쓰면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요즘처럼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입김이 안경알에 맺힌다.

저 위에 나오는 두 개의 안경은 늘 내 곁에 머무는 것들이다. 내가 산 건지, 누구에게 얻은 건지, 가족이 쓰던 것인지도 잘 모른다. 둘 다 다초점이 아니라 일반 돋보기다. 위의 것은 굴절이 크고 아래 것은 약하다.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는 주로 약한 굴절의 안경을 사용하고, 책을 읽을 때는 큰 굴절의 안경을 사용한다. 저 친구들이 언제 내 손에 들어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치 오래됐다. 당분간은 내 곁에 더 머물 것이다.

어느 때가 될지 모르겠으나 안경조차 다 폐기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만 보고 살아도 될 테니 말이다. 세상을 너무 자세하게 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가까이 보고, 자세히 보고, 오래 봐야 예쁘다는 시도 있긴 한데, 멀리 보고 대충 보고 잠깐 봐야 더 예쁠 수 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눈과 안경이 아니라 마음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언젠가는 닥치리라. 그때까지는 잘 부탁한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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