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죄 (3)

조회 수 2764 추천 수 27 2006.07.30 23:27:37
2006년 7월30일 죄 (3)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막 2:5)

본문에 나오는 ‘죄’는 헬라어 ‘하마르티아’의 번역입니다. 그 단어는 “빗나가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이 제시한 목표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이겠지요. 성서의 차원에서 죄는 단지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죄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결국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의 뜻이 실증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과 성서의 많은 규범들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을 파악할 수 있는 실증이라고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구약 중에서 한 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여호수아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여리고 성을 단번에 격파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군사들만이 아니라 비전투요원인 어린아이와 부녀자들까지 예외가 없었습니다. 비열하고 잔인한 여호수아의 행위를 하나님의 뜻과 일치시키고 있는 성서의 가르침을 오늘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합니까? 여호수아의 행위는 그 당시에 그들이 처한 삶의 자리에서만 설득력이 있을 뿐입니다. 만약 이런 성서의 전승을 절대규범으로 받아들인다면 오늘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행위나 레바논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행위가 무조건 합리화되고 맙니다.
하나님의 뜻이 규범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그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이 어디에 있다는 생각을 일단 버려야 합니다. 그걸 고정된 규범으로 찾다보면 자기가 원하는 걸 하나님의 뜻으로 혼동하게 됩니다. 한국 그리스도교인들 중에서 미국을 하나님의 나라와 거의 동일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국처럼 힘 있고, 잘 사는 걸 원하는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표출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하나님의 뜻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나님의 뜻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전체 역사에서 나타납니다. 긴 역사가 아니라 한 순간에 묶여 사는 우리는 이런 전체 역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지요. 비록 간접적이고 부분적이겠지만 우리는 그런 역사에서 배우는 것밖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 역사를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 역사가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를 추적하는 신학적 역사가들입니다. 이런 공부의 대상은 일단 성서와 지난 2천년 그리스도교 역사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나타난 사랑, 기쁨, 자유, 해방, 구원, 종말, 생명, 죽음, 전쟁, 평화를 배워야 합니다. 그걸 토대로 놓고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실들을 정확하게 포착해야합니다. 이런 모든 공부는 해석학입니다. 이런 신학적 해석학 없이 성서의 진술을 하나님의 규범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독단론에 빠지는 지름길입니다. 그런 조짐이 우리에게 흔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상하게도 그런 것들이 그리스도인 일반 대중에게 잘 먹힙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게 그렇게 힘들면 누가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겠군요. 이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자기가 이전에 배운 것을 무조건 절대화하기 때문에 늘 새롭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사람들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신학이 무엇인지 배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곧 고집이고 교만이고 자기 사랑이겠지요. 그리스도교는 그것을 죄라고 말합니다.
고집이 강한 우리는 여전히 주님으로부터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 길 이외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주님, 당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명민한 영성을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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