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해저물녘 (2)

조회 수 2249 추천 수 18 2007.03.19 08:23:18
2007년 3월19일 해저물녘 (2)

그 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막 4:35)

해저물녘은 낮과 밤의 경계선입니다. 빛과 어둠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젊었을 때 황혼 시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도 간혹 혼자서 논밭길이나 숲속 길을 황혼 시간에 걸었습니다. 그 느낌은 정말 이상했습니다. 환하게 제 빛을 내던 나무, 시냇물, 돌, 언덕, 초가집이 황혼을 받아 붉은빛으로 변하다가 차츰 흔적을 감추는 장면에서 저는 제가 마치 동화의 세계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사막을 여행하고 싶군요. 그곳에서 경험하는 낙조는 어떨까요? 사막 전체가 온통 붉은 빛을 띠는 그 장면은 정말 장관일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은빛이나 붉은 빛을 띠는 사막에 황혼이 찾아온다고 해보십시오. 중세기에 수도승들이 사막을 찾아간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지 않았을까요? 지구가 한 바퀴 돌 때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사막의 황혼은 그들에게 무한한 영적 상상력을 제공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매일 한 차례씩 해저물녘이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것은 곧 지구가 매일 한 차례씩 자전한다는 뜻입니다. 둘레가 4만 킬로미터나 되는 지구가 꿈틀 대면서 돌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군요. 그걸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우주비행사가 될 가능성이 0%이겠지요?
해저물녘 우리를 찾아오는 황혼은 지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미입니다. 지구는 생명의 보고입니다. 바다 속, 땅속, 심지어는 얼음 속까지 생명체가 살아 움직입니다. 그 종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이미 지구에 한번 나왔다가 사라진 것들도 있고, 앞으로 새롭게 출현하게 될 것들도 있겠지요. 우리도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예수님도 그랬고, 우리도 지금 황혼을 맛보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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