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4일- 신성모독 (1)

조회 수 2989 추천 수 26 2006.08.04 23:34:03
2006년 8월4일 신성모독 (1)

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신성모독이로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막 2:7)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서기관들은 예수님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눈에 예수님의 언행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지요. 지금 우리와 달리 예수님을 평범한 유대 청년으로, 또는 젊은 랍비 정도로 생각한 서기관들의 눈에 예수님이 이상하게 보인 것은 당연합니다. 예수님의 이 발언은 그 당시에 신성모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서기관들의 신성모독이라는 생각은 예수님을 평생 따라다녔고, 예수님은 결국 그 죄목으로 십자가 처형을 당했습니다. 신성목독이라는 건 절대적인 대상을 상대화할 때 붙여집니다. 물론 예수님이 일부러 유대 종교를 부정하거나 그들의 종교적 열망을 깎아내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일상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났습니다.
예컨대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삶에 절대적인 권위로 작용하던 모세의 율법을 상대화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유대인들의 성전도 역시 절대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성전을 허물라, 그러면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물론 그 말씀은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암시한 것이지만 건물로서의 성전을 상대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참고적으로 예수님이 평소에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 앞에서 제자들이 당황했다는 사실이나 이미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죽음과 부활은 구원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사실에서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유대인들에게 절대적인 종교 규범을 상대화한 가장 전형적인 사건은 안식일 논쟁입니다. 예수님에게는 안식일을 위해서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안식일이 운용되어야만 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가르침은 안식일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유대교에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모든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는 합리적인 이야기를 알아듣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그들에 의해서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진리에 따라서 행동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게 평범한 우리의 한계이기도 하고, 숙명이기도 합니다. 아주 결정적인 게 아니라고 한다면 대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가요? 대다수의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약간 불편하지만 크게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예수님의 언행을 신성모독의 차원으로 침소봉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예수님은 십자가 처형을 당했습니다. 말없는 대중 다수가 아니라 거품 무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해서 인간의 역사가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실증을 여기서 일일이 들 필요는 없겠지요. 중세의 마녀 사냥이나 히틀러의 나치즘도 그렇고, 현재 미국의 부시가 일으키는 반테러전쟁도 역시 그와 비슷한 게 아닐는지요. 민중들은 극단적인 지도자들에 의해서 쉽게 부화뇌동당합니다.
교회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목사들이 모이는 회의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믿음이라는 명분이 받아들여지기만 하면 모든 행위가 용납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대행진을 열자고 큰 소리를 치면 그게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반(反)김정일, 사학법 반대투쟁 기도회를 열자고 하면 그게 통과됩니다.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지금도 서기관들의 ‘신성모독’ 선동은 먹히고 있습니다.

주님, 무엇이 신성모독인지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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