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145) 7:7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지 아니하되 나를 미워하나니 이는 내가 세상의 일들을 악하다고 증언함이니라.

 

형제들을 향한 예수의 발언이 계속된다. 세상이 예수 형제들은 미워하지 않지만, 예수는 미워한다. 세상이 형제들을 미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세상과 어긋나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예수는 세상과 불화했다. 예수는 세상의 일들은 악하다.”라고 말했다. 예수가 세상은 악하고 종교는 선하다는 식으로 선악 이원론에 떨어진 사람은 아니다. 예수는 종교 전문가들이 악하다고 보았던 사람들과 오히려 잘 어울렸다. 세리와 죄인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포도주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비난을(7:34) 받을 정도였다.

여기서 악하다는 말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위선적이라는 뜻에 훨씬 더 가깝다. 예수에게 비판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바리새인과 서기관과 제사장 계급에 속했다. 그들은 종교적인 기득권에 안주했다. 종교적 기득권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그들은 종교적인 전문가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을 하려면 권한과 권력이 있어야 한다. 그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위선에 떨어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자신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발만 삐끗하여 위선의 함정에 자신도 모르게 빠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사회 체제 자체가 악하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학교와 법원과 병원과 교회 등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구들이다. 거기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나름 전문가다. 그들에게는 거기에 해당하는 권력을 확보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아니 전문가이기에 오히려 악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전문기관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악을 변호하거나, 또는 사람을 도구로 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득권이 없는 사람은 악을 도모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작지만, 기득권이 클수록 영향력도 크다.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한 사람들은 당시 사회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과 기득권을 갖고 있었다. 예수가 그들에게 미움을 받은 이유는 그들을 악하다고 말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예수의 말과 행위 앞에서 세상의 악이 그 숨은 정체를 드러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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