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287

17:9

지혜 있는 뜻이 여기 있으니 그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지혜 있는 뜻이 여기 있다.’(And here is the mind which hath wisdom.)라는 표현은 일종의 관용어로 보입니다. 문장 자체는 깔끔하지 못합니다. <새번역>은 “여기에 지혜를 가진 마음이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뜻이나 마음으로 번역된 그리스어는 νοῦς(누스)이고, 지혜는 σοφία(소피아)입니다. 누스는 mind, thought, reason, attitude, intention, purpose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말고, 허둥대지 말고, 감정에 치우치지 말라고, 오히려 지혜로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판단하라고 말입니다.

일곱 개의 머리는 일곱 개의 산이라고 했습니다.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로마의 지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저는 로마에 두 번 가봤습니다. 한번은 1990년대 초이고, 다른 한 번은 2000년도입니다. 처음에는 혼자 갔고, 두 번째는 두 딸을 포함해서 가족 전체가 갔습니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실제로 언덕이 일곱 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언덕이 많다는 것만은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언덕에 유명한 광장이나 성이나 조각상들이 있었던 같습니다. 어쨌든지 작은 폴리스로 시작한 로마가 인근 지역을 수백 년 동안 지배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그런 제국이 결국에는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요한이 볼 때 당시 로마 제국은 천하무적으로 보이기는 하나 영원할 수도 없고 절대적일 수도 없습니다. 무저갱에서 올라와서 힘을 쓰다가 멸망할 짐승에 불과하니까 생명책에 이름이 올라간 이들은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