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록(344) 15:19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예수의 제자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는 말은 제자들이 세상과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서 독자적으로 산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출가 수도승들도 세상에서 사는 건 맞다. 그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는 말은 세상 안에서 살지만, 세상의 질서에 길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상의 질서는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하는 걱정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예수는 마 6:32절에서 그런 세상살이에 대한 걱정은 이방인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걱정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그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생명을 경험했을 때만 그런 삶의 가능성이 조금씩 열린다. 요한복음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예수에게서 그런 높은 차원의 생명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바로 이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속하지 않고 예수에게 속했다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경험하면서 살려면 예수가 가리킨 생명의 현실(reality of life)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그 생명의 현실이 무엇인지 기독교인으로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수에게 자기를 나타내신 하나님이 궁극적인 생명의 현실이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쳤고, 그 하나님 나라에 근거해서 행동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인생의 업적을 남기지 않아도 예수가 선포한 그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돌아서면 생명의 현실을 만나게 된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은 이미 생명의 현실을 경험했으니 세상 질서가 요구하는 것으로 자기 인생을 보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실질적인 근거가 있을까?


profile

[레벨:5]김혜식

2020.06.03 12:00:16

각자 역설 앞에서 불안과 고뇌, 긴장을 느끼는 만큼 스스로 아는 게 아닐까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0.06.03 20:44:28

예, 자기 분량만큼 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는 것도 그분의 은총이겠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407 옥중서간(14) [6] 2010-05-29 5336
6406 메뚜기, 4월7일 [4] 2006-04-07 5325
6405 물세례, 4월11일 2006-04-11 5306
6404 10월11일 진설병 [8] 2006-10-12 5300
6403 옥중서간(1)- 종교적 인간 [2] 2010-05-03 5299
6402 신이 된 심리학 [6] [1] 2010-09-13 5298
6401 꽃밭 만들기 file [8] 2013-06-12 5271
6400 5월14일 도망가라 2009-05-14 5224
6399 앵두 file [9] 2013-06-14 5213
6398 허리띠, 4월8일 2006-04-08 5202
6397 주간일지 12월6일 file [1] 2020-12-07 5174
6396 예수의 세례, 4월14일 [1] 2006-04-15 5145
6395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막1:1), 3월22일 [2] 2006-03-22 5143
6394 하늘로부터의 소리, 4월17일 [5] 2006-04-17 5124
6393 2010년 부활절 공동 기도문 [1] 2010-04-08 5101
6392 5월4일 하나님의 나라 (1) [1] 2006-05-04 5095
6391 믿음과 인격 [3] 2013-08-09 5081
6390 옥중서간(17) 2010-06-04 5074
6389 예수님의 시험 (1), 4월25일 [2] 2006-04-25 5068
6388 예수 그리스도 (막 1:1), 3월21일 [4] 2006-03-21 5028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