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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 048- 성찬 빵
위 사진은 성찬식 때 사용된 빵이다.
성찬식이 거행될 때마다 나는
빵에서 발현되는,
또는 반사되는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저 빵이 왜 존재하는지를,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찬식 빵으로 선택되었는지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어둠 가운데서 빛을 본 듯이
정신이 번쩍 든다는 뜻이다.
저 빵은 우주에서 유일한 물(物)이다.
지구 '밖'에는 저런 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 '안'에 수많은 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성찬대 위에 놓인 저 빵은 유일하다.
빵이라는 범주에 속한다고 해서,
겉모양과 맛이 비슷하다고 해서
다 같은 빵이 아니다.
입자들이 다 다르고,
만든 사람이 다 다르고,
발효되는 순간 날씨도 다르고,
칼로 조각낼 때의 각도도 다르고,
이를 다루는 사람의 생각도 다르고,
저 빵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다 다르니
어찌 유일무이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나.
“이는 내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