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269

16:12

또 여섯째 천사가 그 대접을 큰 강 유브라데에 쏟으매 강물이 말라서 동방에서 오는 왕들의 길이 예비되었더라

이제 여섯째 천사가 등장해서 대접을 유브라데에 쏟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징벌이 유브라데 강에서 시작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동방에서 오는 왕들은 로마 제국을 침략하는 왕들입니다. 로마 제국은 방대한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수많은 종족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역사는 한마디로 전쟁의 역사입니다. 이는 곧 한시도 평안한 순간이 없는 나라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나라를 이끄는 황제 역시 한순간도 평안하지 못하고 계속 긴장하면서 살아야 했겠지요. 사람이 그런 긴장을 그냥 버텨내기는 어렵습니다. 두 가지 처리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의 권력에 심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락에 빠지는 겁니다. 주변 나라와 계속 전쟁을 벌이면서 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것은 첫 번째 방법이고, 극도로 사치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건 둘째 방법입니다.

둘째 방법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귀족들이 연회를 여는 장소에는 구토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산해진미를 배부르게 먹은 다음에 옆 방에 가서 토하고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와서 먹는 겁니다. 요즘으로 보면 일종의 식이장애 현상이겠지요.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라도 자극을 받지 못하면 삶을 견디지 못합니다. 번식 문제와 먹을거리 문제만 해결되면 무탈하게 지내는 일반 짐승과 달리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짐승은 자연에 속해있으나 인간은 자연을 초월하는 본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영혼이 풍요로우면 그런 자극이 없어도 만족할 수 있으나 영혼이 궁핍하면 폭식을 통해서라도 만족을 찾아야 합니다. 그걸로 물론 참된 만족은 불가능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살고 있던 로마 제국의 속성은 영혼의 풍요로움을 모르는 한 인간의 속성과 비슷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