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4일 회개와 복음 (1)

조회 수 2691 추천 수 65 2006.05.14 23:21:47
2006년 5월14일 회개와 복음 (1)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막 1:15)

마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까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회개를 뜻한 ‘메타노이아’라는 말은 세례요한이 선포한 설교의 핵심이기도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세례요한에게서 이 회개라는 사상을 배웠다는 의미일까요? 우리는 그런 내막을 정확하게 풀어낼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예수님이 먼저 출가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한 세례 요한에게서 나름대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은 근본적으로 세례 요한과 다를 뿐만 아니라 복음서는 거의 일방적으로 예수님을 중심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예수님과 세례 요한의 사상적 교류에 관한 정보를 복음서에서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한계를 안고 우리는 복음서와 더불어 신약성서 전체가 주는 복음의 범주 안에서 간접적으로 이런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세례 요한도 세례를 언급했고, 예수님도 세례를 언급했지만 이 양자에게서 그 세례의 의미는 서로 소통되는 부분과 아울러 단절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서로 소통되는 부분은 양자에게서 일관되게 인간의 변화가 강조된다는 사실입니다. 세례 요한도 그 당시 민중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의 변화를 요청했으며, 예수님도 역시 그런 변화를 요청했습니다. 회개는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방향을 바꾼다는 건 곧 변화된다는 의미이겠지요. 변화라는 점에서는 세례 요한의 회개나 예수님의 회개나 동일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세례 요한의 회개는 그야말로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의 변화입니다. 모두가 양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그런 요청이었습니다. 이런 요청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불을 붙였으며, 그래서 사람들이 광야로 몰러나갔습니다. 이에 반해서 예수님의 회개는 훨씬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본문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방향전환을 의미합니다. 메타노이아는 이 땅의 삶을 향한 관심으로부터 하나님 나라의 삶을 향한 관심으로 방향을 전화하는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례 요한의 회개가 훨씬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라고, 그래도 바람직하다고 생각이 들 겁니다. 선생, 관리, 군인, 의사, 변호사, 목사, 노동자들이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을 그만큼 아름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방향전환이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것의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방향전환이 사람들에게, 아니 그리스도인들에게 조차 오해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을 향해서 먼 하늘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며,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 세상의 일에는 일절 관심을 끄고 관념적인 하나님 나라만을, 그래서 휴거할 날만 그리워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앙은 그런 양극단을 지양하고 영적인 오솔길을 정확하게 걸어가는 삶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단지 도덕적인 변화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먼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땅에서의 모범적인 삶과 저 하늘에서의 신비로운 삶에 양다리 걸치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차안과 피안의 중간지대에서 박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땅과 하늘을 하나로 봅니다. 아니 하늘에 휩싸인 땅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토대로 생각합니다. 이런 삶에 관연 리얼리티가 있을까요?

주님, 우리의 관심을 하나님 나라로 방향 전환하는 그런 회개의 삶을 살기 원합니다. 아멘.

[레벨:8]김인범

2006.05.14 23:34:01

양다리를 걸친 사람,
박쥐처럼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여야 하는데
웬지 그 표현이 더 가슴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
감히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 못하는 저 자신을 봅니다.

하늘과 땅은 하나인데
왜 둘로 분명히 구분이 지어지는지 원,
하늘에 휩싸인 땅을 진정으로 살 수만 있다면
회개하는 삶일텐데....
원함은 있으나 능력이 없는 건가요?
그래서 또 하늘을 바라봅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6.05.15 23:59:07

김인범 목사님,
잘 지내시죠?
어제 예배 후에 신자들과 대화하는 중에
어떤 분이 자신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중국 선교에 열정을 내고 일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은 없어졌지만
중국 선교의 열정은 여전히 살아남았다고 말입니다.
목사들에게도 이런 일들은 자주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하나님, 그 통치, 예수, 그 사건과 부활, 재림, 새 땅과 새 하늘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격은 사라졌지만
목회의 열정은 여전히 꿈틀대는 현상말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에 천착하는 길 밖에는요.
목회의 두번 째입니다.
목사도 역시 자기 구원이 우선으로 생각해야하니까요.
김 목사님은 늘 본질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습니다.
함께 가지요.
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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