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14:11

조회 수 287 추천 수 0 2023.09.28 07:21:03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240

14:11

그 고난의 연기가 세세토록 올라가리로다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고 그의 이름 표를 받는 자는 누구든 밤낮 쉼을 얻지 못하리라 하더라

 

로마 황제숭배 정책에 동조하는 사람은 밤낮 쉼을 얻지 못하리라.’라고 합니다. 좀 심한 표현입니다. 역설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황제숭배 체제에 적응하려면 계속 거기에 끌려다녀야 합니다. 제국이 제공하는 당근에 맛을 들이면 제국이 강요하는 채찍도 각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국은 세상을 빈틈없이 지배해야 하기에 늘 긴장하고 바쁩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쫓깁니다. 예를 들어서 전쟁은 물론이고, 콜로세움 같은 대형 건축물을 세우려면 제국의 모든 힘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돈도 돈이고 노동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노동력을 노예만으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로마에 사는 많은 사람이 노동 인력으로 동원되었을 겁니다. 제국 자체가 바쁘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도 바쁩니다. 밤낮 쉼이 없는 거지요.

오늘 우리가 사는 21세기 자본주의 체제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오죽했으면 피로 사회라는 책이 나왔겠습니까. 도시 집중화 현상이 유달리 강한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바쁘게 삽니다. 연봉이 오르고, 먹을거리가 많아지고, 연예 행사도 많습니다. 즐길만한 일들이 지천입니다. 자기를 그런 바쁜 세상의 메커니즘에 몰아넣지 않으면 도태되니까 어쩔 수 없이 쉼 없는 인생을 받아들입니다.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쉼 없는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하는 온갖 기술이 차고 넘치고, 그런 기술에 매료되다 보니 쉼이 더 없어집니다. 술이나 마약만이 아닙니다. 정치 과잉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서로 전쟁을 치르듯이 선동하고 몰려다니고 적개심을 자극합니다. 온갖 유튜브 채널이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킵니다. 이게 지옥의 형벌 아니라면 무엇이 지옥의 형벌이겠습니까. 영혼의 쉼을 근본으로 삼는 교회 안에는 참된 쉼이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의 영혼의 더 풍성해지는 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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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23.10.13 08:55:31

세세토록

아폴론은 무녀 시빌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주었는데 그것은 모래 한 줌을 쥐고 그 모래알의 숫자만큼 생일을 맞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빌은 세월이 흐른 후 난 죽고 싶어, 난 죽고 싶어하고 미쳐서 절규했다는 영국 시인 엘리엇(1888)의 시가 생각납니다.  ‘고난의 연기가 세세토록’(14:11)이라니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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