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1)

 

 

요한복음은 공관복음과 비교해볼 때 차이가 크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요한복음만의 자료가 유별나게 많다. 공관복음에는 병행구가 많이 나오지만 요한복음에는 고난전승 이외에는 병행구가 드물다. 우선 1장에서도 공관복음과 공유되는 대목은 세례 요한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세례 요한에 관한 이야기도 색다르게 나오는 대목이 많다.

요한복음이 다른 복음서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독자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을 받아 읽어야할 독자들은 헬라 문화에 큰 영향을 받은 이들이었다. 헬라 문화는 철학을 바탕에 둔다. 요한복음 기자는 예수와 예수의 복음을 철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전달해야만 했다. 그래서 서두에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인 로고스를 언급한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1:1). 여기서 말씀은 헬라어 로고스의 번역이다. 철학 개념의 차용을 원초적인 복음이 헬라 철학적인 사변으로 변질된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복음이 사람들의 문화라는 옷을 걸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2:11-11절에는 물로 포도주를 만든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헬라 신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서사가 헬라 신화에 나온다. 요한복음 기자는 헬라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예수가 누군지를 전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예수의 첫 표적이었다면 공관복음에도 나왔어야만 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예수의 여러 기적 이야기 중에서도 유별나다. 본문도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었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항아리의 물을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니 그가 포도주 맛을 칭찬했을 뿐이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암시되는 정도다. 예수는 마술사가 아니니 이 사건은 비유로 읽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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