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205)

조회 수 1451 추천 수 0 2018.10.13 20:24:07

(205)

에필로그

김 목사(이하 김): 어떻게 된 게 자네와 나는 어려부터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똑같이 평생 목사로 살았는데, 이제 비슷한 나이에 죽어서 최후 심판 자리에도 함께 왔네 그려.

박 목사(이하 박): 그러게 말이네. 자네와 함께 오니 왠지 마음이 든든하이.

: 자네는 지금 막 도착해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기 곳곳을 이미 둘러봤네. 우리가 심판장이신 예수님 앞으로 불림을 받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으니 둘러보세. 내가 자네를 안내하겠네.

: 그럴까.

: 한국에서 온 목사들만 따로 심판받는 법정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세나. 저곳이야. 선고를 앞둔 목사들도 있고, 이미 선고받은 이들도 있네. 잘 보면 자네도 알만한 목사들이 있을 걸세.

: 어떤 선고가 떨어졌을지, 참 궁금하군.

: 우선 염소 상이 놓인 왼편 방을 보시게나.

: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믿을 수가 없네. , 저기. 아들에게 담임 목사 자리를 물려준 목사들도 한쪽에 몰려 계시군. 화가 잔뜩 난 표정이야. 늘 박사 학위 후드를 걸치고 예배를 인도하던 목사, 회중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신바람 내며 설교하던 목사, 해외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했다고 자랑하던 목사, 총회장과 감독 선거에서 교회 헌금을 헤프게 쓴 목사, 동성애자들을 저주하던 목사, 툭하면 종북 좌파라고 몰아붙이던 목사들도 저기 쭈그리고 앉아 있군. 저렇게 숫자가 많은지, 미처 몰랐네.

: 지금은 풀이 죽어 있지만, 심판 과정에서 저들이 올린 핏대가 하늘 재판정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네. 왜 자신들이 염소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따지던 장면을 자네가 봤어야 했네. 장관이었지. 예수님에게 설교하려는 기세더군.

: 그들의 반론을 듣고 예수님이 뭐라 하시던가. 나도 이해하기가 좀 어렵네. 저분들이 영적으로 뛰어난 분들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저주를 받아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 된 영원한 불에 들어갈’(25:40) 분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그런 기준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떳떳할 수는 없지 않은가.

: 하긴 그렇지. 내가 어디 예수님 생각을 다 알 수 있나. 옆에서 예수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실 때 내가 들은 이야기만 그대로 전하겠네. ‘당신들은 살았을 때 큰 교회에서 좋은 것을 많이 받았고 가난한 교회 목사들은 큰 고난을 당했으니 이제 여기서 당신들은 괴로움을 받고 가난한 교회 목사들은 위로를 받는 게 마땅하지 않소?’(16:25).

: 말이 안 돼. 예수님의 판단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나?

: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네. 우리는 궁극적인 것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인식할 수 없네. 예수님의 판단에 순종하는 길밖에 없지.

: 기가 막히는군. 여기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이 변호사의 도움도 받지 못하나?

: 받을 수 있지. 염소 상이 놓인 방에 들어간 목사들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변호해준 천사들이 있었네. 실력이 좀 딸리는 천사들이라는 소문이 있더군. 나는 좀더 능력 있는 변호 천사를 만났으면 하네.

: 그들이 뭐라 했는데?

: 우리가 목회 현장에서 있을 때 다 듣던 이야기지. 저 목사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했는지 아느냐고, 얼마나 헌신적으로 교회당을 건축했는지 아느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는지 아느냐고 말이네. 한 마디로 예수님을 위해서 한 평생을 바친 주의 종들이라는 말이었지. 나도 감동을 받았네. 예수님은 변호 천사들의 변론과 목사들의 최후 진술이 끝난 뒤에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셨네. ‘당신들의 그 열정으로 인해서 하나님 나라가 오히려 훼손되었소. 신앙 양심이 있으면 그걸 느끼고 있었을 거요.’

: 그거 참, 말이 안 나오는군. 어중간하게 목회하고 어중간한 목회 성과를 올린 우리는 어떤 심판을 받을 것 같은가?

: 그걸 어떻게 예단할 수 있단 말인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생각이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세. 혹시 교회에서 받는 연봉이 높으면 왼편의 자리에 가까워지고, 연봉이 낮으면 오히려 오른편에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그냥 해본 상상이었네. 나도 잘 모르겠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준과는 다른 기준으로 심판받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네. 그래서 여기서는 구원 받는 목사나 제외되는 목사나 모두 놀라기만 한다네.

: 이제 생각났네. 우리가 목회자로 잘 나가고 있을 때 자네가 나에게 구원받았다는 확신이 안 들어서 고민이 된다고 말했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는데, 자네는 이미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 거로군. 그때 자네 말을 좀더 귀담아 들었어야 하는데, 후회막급이네.

: 그렇게 자책할 것은 없네. 나도 그때 뭔가 절대적인 생명의 세계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지 정면으로 돌파할만한 결기는 많이 부족했었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도 자네처럼 그럭저럭 목사 정년을 마쳤지. , 저기 우리를 담당하는 천사가 달려오고 있네. 가세.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 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25: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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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0.13 20:29:38

금년 1월2일부터 일주일에 5편씩 '목사 구원'을 주제로 한 연재가

오늘 205편으로 끝났습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인데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겨울에 글을 좀더 다듬어서 

작년에 새물결플러스에서 나온 <목사 공부>와 한쌍을 이룬 책으로 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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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2018.10.13 22:13:39

저는 매일묵상을 읽는것으로 매일의 하루를 마무리한답니다.

별로 새로울것도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목사님의 설교나 글들은 늘 새롭게 느껴집니다.

늘 기대를 하며 설교나 글들을 기다리지요.

목사구원 역시 저에게는 영양가 풍부한 양식이였습니다.

수고하심에  감사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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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0.15 22:09:18

목사 구원은 끝났지만 매일묵상은 계속됩니다.

어제 따님을 서울샘터교회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10년 전 서울샘터교회가 시작할 때 번갈아 가면서 반주도 했었지요.

세월이 정말 빠르네요.

따님이 곧 제네바로 돌아갈 텐데, 맛난 거 많이 먹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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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9]愚農

2018.10.13 23:29:33

목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에필로그가 목사구원의 요약이군요

책으로 나온다니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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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0.15 22:11:20

예, 에필로그에 모든 생각을 압축해서 담아보려고 했는데,

희곡 쓰는 실력이 딸려서 시원치 않습니다.

시간이 번개처럼 흐릅니다.

[레벨:7]mist

2018.10.14 20:04:01

목사님
그간 205편의 묵상글들로 인해 매일 밤 행복했습니다. 영혼에 깊이와 넓이가 있다면 아마 머릿카락자라듯 묵상글을 통해 자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의 본질과 중심을 잡아주고 균형을 유지하게 해주는 목사님의 글이 제겐 늘~ 새로왔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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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8.10.15 22:15:30

지난 열달 가까이 쓴 목사 구원 시리즈 글이

미스트 님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다면

글쓴 사람으로서 저도 대만족입니다.

아무리 깊이 들어가도 다 알 수 없는 게

하나님과 세상과 역사와 우주이니

절망할 것도 없고 잘난 척 할 것도 없이

주어진 분량만큼 알고 누리고 참여하다

때가 되면 모든 걸 접고 훌쩍 떠나면 됩니다.

미스트 님도 그런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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