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14일 나를 버리리라(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14:27)
마지막 유월절 만찬과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 사이에 제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매우 심각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만찬 자리에서 겟세마네 동산이 있는 감람산으로 가는 도중에 일어난 대화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 말씀은 다음과 같은 스가랴 13:7절의 인용입니다.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대로 이뤄졌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이후로 제자들은 한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흩어졌습니다. 이런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군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몸으로라도 막지 못했다는 잘못이 제자들에게 있기는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곧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요. 예수님은 삼일 만에 부활하셨으니 기껏해야 삼일동안만 방황한 거라고 말입니다. 또한 사도행전의 보도에 따르면 제자들은 오순절에 마가의 다락방에서 성령을 체험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한 뒤 별로 오래지 않아 강력한 교회 공동체를 이루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형성은 아주 점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에서 삼일이라는 숫자나 부활 이후 지상에 계신 날짜인 40이라는 숫자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성서기자들은 예수님에게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 행위인 그의 운명을 구약에 근거해서 제시하려고 그런 숫자를 말한 것뿐입니다.
어쨌든지 예수님은 제자들이 자기를 버리리라는 사실을 뚫어 보셨으리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제자들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으셨을 겁니다. 이것이 단지 십자가 처형이라는 극적인 사건에서만 나타난 건 아닙니다. 이미 예수님의 공생애 중에 제자들은 예수님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게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끈금없이 서거하신 노무현 前대통령이 생각나네요. 저번주가 서거 49제 이었죠.
대통령 시절에는 그렇게 인기도 없고, 국민들에게 맨날 이야기 안주거리만 되고, 창당한 열우당도 막판에 등을 돌린 정말 초라한 대통령이 귀향에서는 많은 국민에게 응원과 환영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서거를 하자, 수많은 인파의 애도와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각 사회단체나 예전의 등돌린 정친들이 참회를 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 사람의 진실은 죽어서야 알아 주는 걸까요?
예수님 생전에 그렇게 쫓아다니던 군중들도 예수님이 잡히자 뿔뿔히 헤어지고, 나 몰라라 하다가 부활해서 다시 모여드는 군중들의 모습을 봅니다. 이것이 역사의 반복일까요? 아니면 저의 억지일까요?
정말 필요할때, 진실이 바로 알려야 할때 그렇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또한 예수님때의 군중과 별 차이 없음을 시인해봅니다. 조금은 다르고 진리편에 있다고 자부했지만, 요사히 제 주변의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서 침묵하는 방관자들만도 못하다는 자괴감만 듭니다.
진리의 영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