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14)

조회 수 2302 추천 수 2 2010.08.02 23:35:37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에 대한 앞서의 설명을 통해서 그대는 하나님에 대한 표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소? 이것을 잊지 마시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명제는 우리 신앙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오. 한국교회 신자들은 알려고 하지 않고, 그냥 경험하기만 바란다오.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대도 대충 알고 있을 거요. 단적으로 한국교회에 이단이 자주 크게 발흥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신앙적인 특성에 놓여 있다오. 인간에게는 종교심이 있으니까 단순히 열광적인 태도만으로도 무언가 깊은 신앙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오. 새벽에 정화수 한 사발을 부엌이나 뒤꼍 장독대에 올려놓고 간절한 마음으로 비는 이들이 우리 선조들에게 많았소. 뭔가 뜨거운 종교적 감정이 밀려올 거요. 이런 경험들은 모든 종교에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이오. 기독교 신앙을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게 된다면 결국 기독교적인 영성으로 들어가지는 못할 거요. 그대는 하나님을 아는 일에 주력하기 바라오. 주기도 공부도 역시 하나님을 아는 과정이라오. 아는 것만큼 우리는 하나님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거요. 어떻소? 우리가 왜 하나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소? 그래서 하나님 표상이 넓어진 거요? 이제 우리 공부의 진도를 본격적으로 나가게 되었소. 주기도에는 아래와 같이 여덟 개의 간구가 나온다오.

 

1) 하나님의 이름-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2) 하나님의 나라-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고,

3) 하나님의 뜻-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4) 일용할 양식-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5) 죄 용서-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

6) 시험-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7) 악- 악에서 구하소서.

8) 영광송-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1-3번은 하나님을 위한 간구요. 형식이 똑같소. ‘당신의 이름’(오노마 수), ‘당신의 나라’(바실레이아 수), ‘당신의 뜻’(쎌레마 수)이 거론되오. 4-7번은 우리 인간을 위한 간구요. 마지막 8번째의 영광송은 원래 권위 있는 사본에는 나오지 않소. 주기도가 예배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 구절이 들어간 것 같소. 병행구인 눅 11:1-4절에는 이 영광송이 빠졌소. 그뿐만 아니라 ‘당신의 뜻’과 ‘악’ 항목도 빠졌소. 그러니까 누가복음에는 8개 중에서 3,7,8, 이렇게 세 항목이 빠졌소. 병행구를 연구할 때 오리지널에 가까운 것을 고르려면 구절이 짧은 것이오. 일반적으로 그런 거지 늘 그런 거는 아니오. 누가복음의 주기도가 원래의 것에 가깝다고 보면 되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마태복음의 주기도와 누가복음의 차이를 더 찾아보겠소. 예수님이 주기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이유는 제자들이 먼저 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누가복음의 보도요. 제자들은 요한도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었다는 점을 짚었소. 이에 반해 마태복음은 종교적 위선을 경계하는 과정에서 예수님이 스스로 나서서 제자들에게 주기도를 가르쳤다고 보도하고 있소. 마 6:1-4절은 구제를 은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6:16-18절은 금식할 때 외식으로 하지 말라고 가르치오. 그 중간인 마 6:5-15절에 주기도 이야기가 나온다오. 주기도를 다루는 본문에서도 두 가지 잘못된 기도를 지적하고 있소. 하나는 바리새인들에게 나타나는 외식하는 기도요. 이들은 자신들이 경건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기도하오. 예수님은 골방에 들어가서 은밀하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소. 다른 하나는 이방인들에게 나타나는 중언부언의 기도요.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알고 있으니, 중언부언 하는 기도를 드리지 말라고 하셨소. 이 두 가지 왜곡된 기도의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데에 있소. 전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었고, 후자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단이 되고 말았소.(2010년 8월2일, 월, 구름과 소나기, 시원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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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8.03 22:38:48

큰빛교회가수왕이희경권사님 같은 경우가 후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레벨:8]리누즈

2010.08.19 10:15:06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 혹은 내 불안을 잊고자 '기도'를 왜곡해왔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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