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6일 베드로의 울음(7)

조회 수 3570 추천 수 0 2009.09.15 23:18:29
 

2009년 9월16일

베드로의 울음(7)


그러나 베드로가 저주하며 맹세하되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14:71)


베드로가 저주하며 맹세하는 말을 들어보십시오. “나는 너희가 말하는 이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참 점잖은 표현이군요. 수사학에 능한 당대의 웅변가가 상대를 설득하는 한 과정처럼 보입니다. 어부 베드로가 언제부터 이런 세련된 말을 구사했을까요? 마가복음 기자의 각색일까요? 이 자리에서 그런 편집과정을 따질 계제가 아니니 덮어둡시다. 어쨌든지 우리는 지금 본래의 투박하고 직선적인 성격과 말투를 숨기고 변호사와 같은 말투로 자기를 방어하는 베드로를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베드로의 경우가 바로 그런 순간일까요?

그 순간에 베드로의 표정을 어땠을까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가 연극배우가 아닌 한 불안한 기색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을 겁니다. 예수님과 함께 생활한 지난 몇 년 간의 광경이 그의 기억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겠지요. 그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출가를 한 사람입니다. 그 때의 감격이 얼마나 놀라웠을는지 상상이 갑니다. 병든 자가 고침을 받고 귀신 들린 사람이 회복될 때 그는 예수님에게서 질적으로 다른 생명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들떠서 자기의 믿음이 크다는 것을 자랑하듯이 큰 소리를 친 적도 많았습니다. 주님을 그리스도로 인식한 적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생명을 주신 ‘당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베드로는 예수님을 ‘이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와 아무 상관없는 ‘이 사람’일 뿐입니다. 이 사람은 대제사장 여종과 하인들의 입방아에 오른 인물일 뿐입니다. ‘이 사람’이라는 단어를 토해내는 바로 그 순간에 내면적으로 일그러졌을 베드로의 얼굴 표정을 그림으로 그려낼 화가는 없을 것 같군요. 베드로의 배신은 아무도 대신 경험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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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09.09.16 23:21:33

묵상을 따라 가다보니 재미있는 영화에 푹 빠지는 듯한 영상감이 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성경을 풀어가시는지요? 

베드로의 울음...그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에 저도 울고 싶네요.

 제 생각엔 그 배신의 순간을 너무나 잘 그려낸 화가가 바로

 15세기 이태리 작가 카라바지오인 것 같아요.

"베드로의 부인(the denial of Peter ) "이란 제목의 그림인데요.

원화로 보면 그 배신의 순간, 베드로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가슴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그가 베드로의 경험은 대신 할 수 없었겠지만

살인과 도주...등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그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나 봅니다.

화가가 혼신을 다해 영혼을 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처럼,

성서의 세계로 혼이 빠져들어가는 경험을 염원해 봅니다.

오늘 묵상을 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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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09.09.17 22:21:41

역시 글보다는 그림이 낫군요.

대제사장의 여종과 베드로의 이마에 빛이 강렬하군요.

베드로의 이마에 웬 주름살이 저리 많은지, 원.

대제사장의 병졸인 듯한 친구의 삿대질에

베드로는 벌레 씹은 표정이네요.

화가는 빛을 어찌 저리고 생생하게 그려넣을 수 있을까요?

마술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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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2009.09.18 05:21:22

우디님께서 그림을 찾아주셨네요. 감사.

그런데 안타깝게도 저 복사판으론

원화에서 표현된 베드로의 그 기막힌 눈빛을 잡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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