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조회 수 3649 추천 수 2 2010.02.17 23:06:10
 

재의 수요일


그대, 오늘은 ‘재의 수요일’이라오. 성회(聖灰)수요일이라고도 부르오. 오늘부터 사순절이 시작되는 거요. 사순절(四旬節)은 부활절 전날부터 거꾸로 계산해서 주일을 뺀 40일 기간을 가리키오. 전통적으로 사순절에는 몇 가지 전통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과 연관된다오. 신자들이 교회에 가서 재를 이마에 바르는 거요.

그대여, 우리는 모두 재로 돌아가오. 오래 살든 짧게 살든 어느 누구도 가릴 것 없이 우리는 똑같이 먼지로 돌아가오. 여기에는 왕으로 살았든 거지로 살았던 아무런 차이가 없소이다. 성자로 산 사람과 악당으로 산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라오. 모두 불쌍한 운명이 아니겠소?

내 말을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구려. 인생은 재의 저주를 받았으니 비탄에 빠져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오. 오히려 정 반대요. 우리가 재로 변한다는 사실이 바로 구원의 기쁜 소식이라는 말을 하려는 거요. 이게 억지처럼 들리시오? 잘 생각해보시구려. 만약에, 만약에 말이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차이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이 되겠소? 우리 모두 재로 변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이 공평하다는 의미요. 그 공평한 심판이 바로 구원이 아니겠소?

위 말을 오해할까 염려되는구려. 모두 재로 변하니 이 세상에서 그냥 되는대로 살아도 좋다는 말이 아니라오. 오히려 정 반대요. 재가 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될 것이오. 평화와 정의가 삶의 화두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본질적인 것에 마음을 걸어둘 거요. 참된 안식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알게 될 거요.

죽어서 재가 되는 것 말고 우리에게 아무런 미래가 없다는 말로 들으면 곤란하오. 부활의 희망은 어디로 갔는가, 하고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구려. 바로 이 대목에서 말이 막히는구려. 재가 된다는 엄연한 사실과 부활생명에 대한 희망 사이에서 어떤 접촉점을 찾아야만 이런 궁금증에 대답할 수 있소. 오늘 그것까지 말하기는 힘드오. 어떤 분명한 대답이 있는 게 아니라 부활생명에 대한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다른 대답이 주어지기 때문이라오.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소. 재와 부활은 모순이 아니라는 거요. 재가 될 준비를 해야만 부활생명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거요. 그대와 나는 재요.(2010년 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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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2.18 08:12:44

제 전화기에 한달 전에 온 문자를 저장해 놓고 있는데요

그걸 꺼내 볼 때마다 재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불합격하셨습니다.........."

[레벨:16]정병선

2010.02.18 10:33:39

목사님,

재와 부활은 모순이 아니라는 것,

재가 될 준비를 해야만 부활생명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는 것,

두고두고 새김질해야겠습니다.

 

모순 같지만 모순이 아닌 것,

그것이 하나님의 세계의 신비인데......

그런데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과 설교자들이

모순을 피하려고만 몰두하다보니

모순 아닌 실체를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짧은 묵상의 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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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달팽이

2010.02.18 12:31:09

인생을 낭비한 죄가 제일 무서운 죄라는

빠비용 영화의 대사가 늘 머리속에 맴돌고 있네요..

그것과 더불어 늘 죽음을 기억하는,   그 죽음속에서 비취는

생명의 환희를 발견하는 사순절기간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그리고 목사님,

매일 QT 아래에

<지금은 마가복음서를 묵상하고 있습니다>는 삭제해야 될 것 같네요..

그냥 눈에 보여서 적었습니다.

오후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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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10.02.18 12:36:00

어제 저녁 근무를 마치고 저녁9시경에 시작되는 관상기도회에 참석하러 갔습니다.

재의 수요일 예배가 끝난 후에 도착했는데 신자들  이마에 십자가가 그어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형식들이 어색하지만, 주보에 실린 재의 수요일 설명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몸은 흙으로 시작되어  한줌의 재로 남으로써 시작과 끝이 똑같습니다.

그러한 재의 한줌 속에 새로운 부활의 생명을 기다리는 소망있기에 사순절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재로 끝나버릴 수밖에 없는 존재속에 다시 새생명을 기다릴 수있는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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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3]모래알

2010.02.18 22:22:15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읽다가 재밌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사순절 첫 날을 금연의 날로 정했다는군요.  영국은 사순절 둘째 주일이구요.

담배와 재.. 그 이미지가 참 그럴 듯 한 듯 싶기도 하고 아닌 듯 싶기도 합니다. ^^

 

무엇을 태워야할까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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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02.18 22:47:23

저는 재가 되기에는 아직 멀고도 멀었습니다.

그러기에는 내 중심이 너무 또렷한 거에요.

아, 연탄재라는 시가 생각나는군요.

누구를 위해 몸을 불사르고 남은 연탄재, 음.

어서 재의 영성을 매워야겠습니다.

이런 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흉내라고 내 봐야지요.

모두들 평안한 밤이 되소서.

 

[레벨:19]이선영

2010.02.18 22:53:02

목사님, 부끄럽지만  '재의 수요일'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재'가 불에 타고 남은 그 '재'인거죠?

이번 글을 읽고 생뚱맞게도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한 노무현대통령의 유언이 떠올랐어요.

'재가 될 준비를 해야만 부활생명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을 거요.' 하신 말씀에서

결국엔 재가 된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재가 될 준비를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한 관심을 먼지처럼 작게하고 모든 관심을 예수님에게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대와 나는 재요'  무지한 저에게도 희망의 속삭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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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저별과 달

2010.02.19 00:02:54

목사님. 저는 재가 된다는... 보이는 것 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활의 세계를 믿습니다!  

 

 

고후 4:18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고후5: 1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느니라
2    참으로 우리가 여기 있어 탄식하며 하늘로부터 오는 우리 처소로 덧입기를 간절히 사모하노라
3    이렇게 입음은 우리가 벗은 자들로 발견되지 않으려 함이라
4    참으로 이 장막에 있는 우리가 짐진 것 같이 탄식하는 것은 벗고자 함이 아니요 오히려 덧입고자 함이니 죽을 것이 생명에 삼킨 바 되게 하려 함이라
5    곧 이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하시고 보증으로 성령을 우리에게 주신 이는 하나님이시니라
6    그러므로 우리가 항상 담대하여 몸으로 있을 때에는 주와 따로 있는 줄을 아노니
7    이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행하지 아니함이로라
8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있는 그것이라
9    그런즉 우리는 몸으로 있든지 떠나든지 주를 기쁘시게 하는 자가 되기를 힘쓰노라
10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게 되어 각각 선악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   는 

 이 말씀들은  고후 4장 18절 부터 내세에 대하여 계속 이어 지는 말씀 아닌가요?

성경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분명  재와 부활의 접촉점을 발견 할수 있을 텐데요.. 

 

그리구  목사님, 재의 수요일은 대부분의 한국 교회 예전에는 없는것 같더군요..

(성공회와 루터교는 예전의식을 한다고 되어 있네요)

개신교에서는  수요일 부터 부활 주일 전 날 까지를 사순절로 명칭하고

영적 각성의 계기로 삼아 자신을 돌아보고, 예수님의 자기희생적 사랑을 기념하는 기간으로 삼고 

 신학자들은   사순절을 단순히 개인의 고행 기간으로 삼기보다, 한국교회와 이웃, 민족과 사회를 위해 무릎을 꿇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네요.. 

저는 왠지 형식 적인 것보다는 본질에 더 충실한 기독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아~ 그리구 목사님께서도 재를 바르는 형식적인 행위를 말씀 할려는 것이 아니었고

인간은 죽으면 재로 돌아 간다는 것을 강조 하시기 위해 이 글의 서두를 재의 수요일로 시작 하신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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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이신일

2010.02.19 11:26:02

저도 <저별과 달>님의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그리고 감리교회에서도 성회(재의)수요일 예전이 있긴 있는데, 이걸 지키는 교회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지키는 교회도 그런 행위를 보이는 데(우리교회는 이런 것도 한다.)에 치중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마음으로 성회(재의) 수요일을 지키느냐, 역시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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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02.19 23:13:04

이선영 선생이 재에 대한 명상을

희망의 속삭임으로 듣다니, 음,

놀랍다고 말할 것밖에는 다른 말이 필요 없군요.

별달 님, 이신일 목사님,

재가 된다는 것는 보이는 것이고

부활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눌 수는 없답니다.

빵이 예수님이 몸이듯이

보이는 재는 바로 부활의 징표라는 거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는 십자가겠군요.

다 아시듯이 재는 십자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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