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일(화)
권은희 수사과장
어제 국정원 사태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수사과장이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선거 일주일 여 전에 터진
국정원 직원의 대글 사건이 그것이다.
1970, 1980년대도 아니고
2010년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땅에서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개입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물론 거기 관계자들은 대선 개입이 아니라
종북 세력의 준동을 방어하는 국정원의 기본 업무였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말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허용된다.
국정원이 목사의 설교까지 비밀리에 사찰할 수 있다.
저 목사의 설교가 북한을 두둔하거나
북한이 노리고 있는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지 살펴본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내 젊은 시절에는 비일비재했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일부에 있겠지만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
국정원 대글 문제는 더 말하기조차 짜증스러우니
그만 두는 게 좋겠다.
지금 검찰이 당사자들을 기소했으니까
앞으로 법원이 정확하게 판단하면 된다.
신기한 것은 검찰이 무슨 생각을 했기에
박근혜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기소까지 했느냐 하는 것이다.
좌고우면 없이 법리적으로 문제를 처리했다는 뜻인데,
칭찬 받을 일이다.
다시 권은희 과장이다.
청문회장에서 그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고 할 것은 아니오 했다.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도 없었다.
청문회 열기에는 무심한 듯이
오랜 구도과정을 통해 평상심의 경지에 이른 도사처럼
오직 자기의 생각만 ‘쿨’ 하게 전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내가 보기에 두 가지다.
1) 법리에 정통했다.
2) 법철학이 분명했다.
두 개가 비슷한 이야기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
이건 신학과도 통하는 문제다.
그들이 다루는 법은 신학의 입장에서 성경이다.
목사들이 성경을 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오용하듯이
법조인들도 법을 오용할 수 있다.
권은희는 법의 세계 안에 들어가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자유롭게 자기의 말을 했다.
이런 사람의 영성은 선지자와 같다.
권은희의 어제 증언에 따르면
대글 사건의 수사 책임자로서 본인이
대글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려고 할 때
김용판 청장으로부터 만류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내사 중이라는 사실과
검찰로부터 기각당하면 곤란하다는 이유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두 사람과 하나님만 알고 있을 것이다.
다음의 사실을 전제하면 우리도 대충은 알 수 있다.
모든 수사는 수사과장의 책임이다.
상급자도 거기에 간섭할 수 없다.
수사의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뜻이다.
그 예민한 순간에 청장이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본인은 격려 차원이었다고 말하고,
권은희 과장은 구체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번 청문회에 임하면서
김용판 청장은 재판을 받는 중이라는 이유로
증인 선서를 하지 않은 채
자신에게 유리한 발언만 골라서 했다.
증인 선서 거부는 국회 청문회 역사 이래 최초라고 한다.
에피소드 하나.
새누리당 아무개 의원이 권 과장에게 물었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기를 바란 거 아니냐?
권 과장의 대답이다.
지금 의원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십자가 밟기’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증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질문을 받은 그 순간에
저런 대답을 할 수 있는 내공이 놀랍다.
변호사 출신으로 최초 여성 경감으로 채용된 사람답다.
권은희 과장으로 인해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지수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겠는가.
그가 계속 경찰계에 남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목사로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나님과의 일치는 기본적으로 행복입니다.
그런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을 때
정말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교회가 늙었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역사의식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종교적 친목 단체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들만
교회에 붙어 있는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달픈 인생살이에서 그런 역할만이라도 교회가 잘 감당하면
나름으로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요.
어쨌든지 한국교회가 젊어지고 건강해지려면
종교 그 너머라는 본회퍼의 비종교화 개념을
좀 깊이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촛불 집회 참석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권은희 수사과장은 용기있는 사람이군요.
저의 남성과 나이가 부끄러워 집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a53IUjZ0oaA
그렇습니다.
용기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귀중한 가치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용감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진리의 드러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교회 교인들은 그저 착하기만 합니다.
착한 거는 진리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진리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큰소리 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착하기만 하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착한 분이 아니셨잖아요.
잘 아시는 이야이이겠지만,
히틀러의 나치즘이 패망한 뒤에
어느 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박해할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므로 방관했다.
히틀러가 동성애자들을 박해할 때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므로 방관했다.
히틀러가 가톨릭교회를 박해할 때
나는 가톨릭신자가 아니므로 방관했다.
히틀러가 개신교를 박해할 때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대충 이런 뜻입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건
진리가 살아움직인다는 증거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의 공판이
23일부터 시작된다고 하네요.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 검찰 역사에서 중요합니다.
지금의 검찰 총장인 채동욱 씨는
지난 4월에 총장으로 임명받았는데,
쉽지 않은 일을 지금 밀고 나가고 있군요.
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앞으로 국정원과 경찰은 크게 조심하게 될 것이고,
정권도 검찰을 자기 수족처럼 다루지 못하겠지요.
이렇게 역사는 나름으로 진보하는 게 아닐는지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02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