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1)

조회 수 3773 추천 수 0 2013.06.26 23:43:12

 

금년 샘터교회 여름 수련회 주제를 “팔복, 깊이 읽기”로 잡았다. 팔복(八福)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 기독교인은 없다.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팔복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오히려 문제다. 다 아는 것처럼 여길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팔복을 실제로 아는지, 알고 있다면 우리가 팔복의 가르침에 따라서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나도 이번 기회에 이 주제를 좀더 깊이 묵상하고, 해석해볼 생각이다. 나 스스로에게 설득이 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전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성경의 세계를 전하는 목사로서 나는 늘 어떤 한계를 느낀다. 우선 성경의 세계를 아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것을 알았다고 해도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도 타당한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2천 년 이상의 차이가 있는 성경의 내용을 오늘의 청중들에게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또 청중들의 상황도 제각각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기업가가 있는 반면에 노조원도 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처한 형편에 따라서 말씀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을 목사가 다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경의 세계를 전해야 한다. 그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 운명을 짊어지려면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내가 하는 설교나 성경 강해에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 내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강변할 수 없다. 내 설교는 내 말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려면 역사적 검증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선지자들은 서로 각축을 벌였다. 그들은 각자 신탁 경험이 있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그들의 설교나 강연이 자동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역사에 살아남은 것만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받았다. 내 설교가 이런 역사적 검증을 견뎌낼는지 나는 모르겠다. 둘째, 나는 성령의 개입을 믿는다. 그 성령은 진리의 영이다. 내가 전하는 말은 비록 제한적인 인식과 경험에 근거한 거지만 성령이 고유한 방식으로 개입하시지 않겠는가. 내 설교가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과정은 오직 성령의 전권에 속한다는 뜻이다. 이제 내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은 청중들이 아니라 성령이다. 이를 위해서 나는 철저하게 진리에 의존적이어야 한다. 성령은 바로 진리의 영이기 때문이다.


이제 수련회 때까지 팔복만을 주제로 말씀묵상의 글을 쓰겠다. 수련회에서 행할 세 번의 강의, 또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수련회와 관계없는 분들도 이번 기회에 팔복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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