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목)

밖으로부터의 구원

예수 재림에 대한 성경 이야기가 고대인들의 세계관인 신화 방식의 글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어떤 근원적인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신앙에서 배제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약화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이 가리키는 근원적인 것의 하나는 구원이 밖으로부터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밖으로부터의 구원은 안으로부터의 구원과 대립되는 개념이다. 안으로부터의 구원은 인간 스스로 구원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일상과 문명은 자기 구원의 열망을 기초로 한다. 자동차만 봐도 그렇다. 빨리 이동하고 싶다는 인간의 열망이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경제 활동을 통해서 인간은 가난을 벗어나 풍요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의료 행위를 통해서 건강과 수명을 늘려나간다. 그런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인간은 구원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구원은 늘 제한적이고 상대적이다. 따라서 그것을 구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기독교의 재림 신앙은 구원이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주어진다고, 즉 밖에서 주어진다고 본다. “예수가 다시 온다.”는 말은 그걸 가리킨다. 예수가 외계인처럼 우주 공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내려와서 인간을 우주 공간 어딘가로 끌어간다는 말이 아니다. 구원이 지구 안이냐, 밖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완성되는가, 아니면 하나님에 의해서 완성되는가가 관건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인간 자신의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주어진 것으로 가능하다. 먹을거리와 공기와 물,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모두 주어진 것들이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 자체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밖’이고, 하나님 입장에서 보면 ‘안’이다. 기독교 신앙은 무로부터의 창조가 하나님에 의해서 일어났듯이 그것의 완성인 구원도 하나님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믿는다. 나는 이것이 옳다고 믿고 그 하나님께 내 운명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