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조회 수 1140 추천 수 0 2016.08.23 2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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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지난 설교에서 나는 예레미야의 입장을 요즘 식으로 바꿔서 종북 좌파로 매도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를 바벨론에게 팔아먹는다는 비난이었다. 만약 유다가 이집트와의 군사동맹을 통해서 바벨론을 격퇴시켰다면 그야말로 예레미야는 매국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외교관이나 정치인, 영성가라고 하더라도 국제질서를 완벽하게 읽어낼 수는 없다. 요즘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주일 아침에 교회에 가면서 차 안에서 집사람과 함께 나눈 대화의 일부다. 워딩은 정확하지 않다. 줄거리만 전한다.

 

아내: (대구 인근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대구 비행장이 옮긴다면서?

: 그러가 봐.

아내: 어디로 가는데? 영천은 설마 아니겠지.

: 군위는 반기는 거 같던데, 좀 지나봐야 알겠지.

아내: 비행장이 오면 좋은 거 아닌가? 교통도 편해지고, 땅값도 오르고 말이야.

: 문제는 비행기 소음이지. 공군 비행장 K2도 함께 옮기게 될 거야.

아내: 거기에 미군 공군기도 있나?

: 자세하게는 모르고, K2에는 미 공군기는 없을 거야. 대구 앞산 아래에도 미군부대가 있잖아.

아내: 맞아. 그거 대학교 다닐 때 자주 봤는데. 왜 미군이 남한에 있는 거지?

: 글쎄 말이야. 이게 참 복잡한 문젠데, 요즘 사드 문제로 시끄럽잖아.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겠다고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다는 거잖아.

아내: 그렇지.

: 더 근원적으로 보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주한미군의 문제야. 북한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보면 그들이 핵에 매달리는 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돼. 만약 남한에 미군이 없고, 북한에 중국 군대가 5만 명쯤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북한이 우리보다 20배는 부자라고 생각해봐. 우리로서는 불안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게 될 거야. 주한 미군이 빠져주면 북한도 체제 불안을 어느 정도는 벗어날 거고, 남북 대화를 통해서 서로 윈윈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낭만적인 생각인가?

아내: 그렇네. 미군이 왜 60년 이상이나 남한에 떡 버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6.25 이후 얼마간은 우리 국력이 너무 약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국방비를 북한보다 10, 20배를 더 지출하고 있잖아. 그러면서 북한 군사력이 우리보다 월등해서 미군이 빠지면 우리가 북한에게 당한다는 소리를 자꾸 하는데, 그 돈이 다 어디 간 거야.

: 주일 아침에 교회 가면서 너무 흥분하지 마. 그런 말 하면 종북 빨갱이 소리 들으니, 조심해.

 

이런 말을 하다 보니 벌써 교회에 도착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한다. 주한미군이 빠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북한은 괴물이니 좋은 말로는 해결이 안 되고 힘으로 제압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른 건 제쳐 두고, 세계 모두가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가난하고 체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북한이 두려워서 미군을 그냥 붙들고 늘어진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미군이 가져가라고 말하는 전시작전권마저 받지 않겠다고 하니, 어엿한 주권 국가요, 올림픽 8위에다가 세계 경제 수준에서도 앞쪽 대열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서 도대체 무슨 이런 일이 있나.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이솝 우화가 떠오른다. 실체를 숨김으로써, 또는 남북 긴장을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강력한 집단이 없다면 이 현상은 이해불가다.

또 다시 다른 건 제쳐두고, 국방비 20% 축소되는 날을 기다린다. 물경 5조원만 줄일 수 있다면, 영천에 실내 테니스장을 세우는 등, 복지 문제를 상당한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는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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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웃음

2016.08.23 23:10:23

목사님!

사모님과 즐거운대화(?)를 하시는군요? ㅎㅎㅎ


[레벨:8]쌀알

2016.08.24 03:31:21

정말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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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6.08.24 09:25:03

정욱식 씨의 글을 읽어보세요.

명쾌하게 상황을 풀어주네요.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0370

[레벨:21]주안

2016.08.26 19:05:00

칼과 창을 녹여

낫과 쟁기를 만드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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